정치 통일·외교·안보

'탈원전 감사' 발표 미루고 총선 날 휴가 간 최재형 감사원장

공직기강 다루는 수장으론 이례적 총선 앞뒤 휴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 결과 발표 선거 뒤로 미뤄

시민단체·정치권 등 비판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도

감사원 "며칠 동안 밤늦게 심의 이어져 피로 누적"

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



4·15총선을 앞두고 공직기강 확립을 감시해야 할 감사원의 수장이 선거 전날부터 선거 이틀 뒤까지 휴가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월성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총선 이후로 미룬 데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감사원에 따르면 최 원장은 이날부터 17일까지 나흘간 연달아 휴가를 냈다. 선거를 고작 하루 남기고 사정기관의 수장이 휴식에 들어간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 원장은 지난달 25일까지만 해도 중앙부처, 광역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자체감사기구 책임자에게 특별서한을 보내고 “현재는 국가적 위기상황일 뿐만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인 만큼 어느 때보다 공직자들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지키고 엄정한 공직기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감사원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공정성에 의혹을 야기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선거일 전후로 본인부터 자리를 비우게 됐다.

일각에서는 최 원장의 이 같은 행보가 월성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와 연관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관련 감사 결과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데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비판 여론을 염두에 둔 휴식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해 9월 감사원에 월성1호기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한국수력원자력의 판단이 타당한지, 결정 과정에서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 행위는 없었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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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는 당초 2022년에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5,925억원을 들여 설비를 보강해 수명이 10년 더 늘어났다. 하지만 한수원은 2018년 6월 이사회를 열어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야당은 “한수원 이사회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전기 판매 단가 등 자료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2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감사원은 늦어도 올 2월에는 감사 결과를 발표해야 했지만 결국 이에 실패했다. 최 원장은 지난 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송구스럽다”며 “월성1호기 감사는 과거 국회가 요구한 감사 사항과 비교하면 내용이 복잡하고 간단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지난 9일과 10일, 13일 잇따라 관련 감사위원회를 열었으나 결국 감사보고서 발표에 대한 결론을 못 내렸다. 최 원장은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직무유기죄로 지난 6일 검찰에 고발까지 된 상태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 원장이 월성1호기 감사 심의가 며칠간 밤늦게까지 이어지면서 피로가 누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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