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난 3월 수출이 당초 예상보다는 좋았지만 향후 전망은 녹록하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경제 정상화가 늦어지는 가운데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의 침체 골이 깊어 부품 조달 및 판로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발표 예정인 올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동기 대비 6.0% 감소가 예상된다. 1976년 이후 첫 역성장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짙다.
14일 중국 해관총서(국세청)에 따르면 3월 중국 수출액은 1,851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앞서 올 1~2월(17.2% 감소)보다는 감소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1·4분기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은 수출보다는 더 양호한 결과를 보였다. 3월 수입액은 1,652억5,000만달러로 0.9% 줄어들었다. 당초 10% 안팎의 감소를 예상했던 시장 전문가들의 관측보다는 감소 폭이 크게 줄어든 규모다. 1~2월(4.0% 감소)을 포함하면 1·4분기 전체의 수입은 2.9% 감소했다.
올 2월 최악의 부진에서 벗어난 3월 수출입의 상대적 호조는 무역업체들의 빠른 조업재개에 따른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 경제지표 가운데 그나마 수출 실적이 좋은 것에 대해 “중국이 담당하는 글로벌 공급체인을 보장하기 위해 특히 수출 분야에서 최우선적으로 조업을 재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3월 지표는 예상보다 안정적인 결과를 나타냈지만 향후 무역 실적은 악화된 글로벌 경제 여건을 고스란히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이 3월 말부터 본격적인 코로나19 사태에 휘말리면서 잇따라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선언, 구매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로부터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중국 기업들도 동시에 멈춰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매출의 4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대형 가전업체 하이신이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하이신이 수출 등 매출 감소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최근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하이신이 전체 직원의 12.5%에 해당하는 1만명을 감원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이신은 공식 웨이보를 통해 “감원 소식 관련 수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도 “국내외 가전 시장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경영환경이 가혹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미 대부분의 기업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르그 부트케 주중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날 온라인 뉴스브리핑에서 “중국의 생산 측면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매우 잘 회복되고 있지만 주요 해외 시장들의 휴업으로 제품 수요와 주요 부품 조달에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으로 3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중국과 미국·유럽의 교역이 크게 줄면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이 중국의 제1 무역 상대로 부상했다. 3월 중국과 아세안의 수출입은 지난해 동월보다 7.7% 증가했다. 반면 중국과 미국·유럽연합(EU)·일본과의 수출입액은 지난해 동월보다 각각 20.8%, 24.2%, 1.4% 감소했다. 1·4분기 전체로도 아세안은 EU를 대신해 중국의 제1 무역 상대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국내 소비가 격감하고 과잉부채 문제로 투자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의 사활이 걸린 수출 전망까지 어두워지면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당분간 역성장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단 1·4분기 성장률이 -6.0%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집계했다. 중국에서 마이너스성장은 마오쩌둥이 사망하면서 끝난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인 1976년 이후 처음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가장 엄혹한 시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투자은행(IB)인 BNP파리바는 중국이 기대하는 V자 회복이 글로벌 수요 감소로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