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불확실한 확산으로 전 세계 경제가 동시다발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예고하며 한국을 포함해 미국·유럽·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끌어내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자체적으로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더라도 미국·유럽 등 주요 교역국의 경제위기가 계속되는 이상 성장세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규모 봉쇄조치로 세계 경제 위축”
14일 IMF는 지난 1월 3.3%로 적었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3개월 만에 -3.0%로 갈아치웠다. 당시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고, 미국·유럽 내 확진자 수가 지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시점이었다. -3.0%는 IMF가 공식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역대 최저치였던 2009년 -0.1%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날 IMF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대규모 봉쇄조치(Great Lockdown)가 올해 세계 경제를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과거 경제적 충격과 다르게 노동공급을 축소시켰을 뿐 아니라 사업장 폐쇄로 이어지면서 공급망 혼란과 함께 생산성 감소를 가지고 왔다고 봤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과 선진국과 신흥국의 주식·채권시장 긴축 현상도 함께 발생했다.
IMF는 이 같은 요인을 고려했을 때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5.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월 발표(2.0%)보다 7.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미국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업수당 신규 청구 건수가 3월 넷째 주 기준 664만8,000건을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에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같은 기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전망치도 1.3%에서 -7.5%로 수정됐다. 유럽은 독일·프랑스 등 각국의 강력한 이동제한 조치 시행으로 자동차·항공 등 주요 산업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도 0.7%에서 -5.2%로 하향 조정됐다. IMF는 이마저도 팬데믹이 올해 하반기 사라지면서 방역조치가 해제되고,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경제적 혼란이 2·4분기에 집중된다는 전제를 깔았다. 만약 코로나19 확산이 사그라지지 않고, 셧다운이 계속될 경우 경제성장률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1.2%를 기록했다가 내년 3.4%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 전망대로면 한국은 2020~2021년 2년 동안 연평균 1% 초반대 성장에 그친다. 지난해 성장률 2.0%를 감안하면 내년까지 충분한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본 셈이다. 중국은 올해 1.2%, 내년 9.2%로 2년 동안 연평균 5.2%씩 성장할 것으로 봤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은 코로나19 감염병에서 회복되더라도 세계 경제 수요가 좋지 않은 상태가 계속되면 성장세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쟁력 있는 기업 살려야 성장동력 확보
IMF는 피해를 입은 가정이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선별적 재정·통화·금융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대규모 재정지원을 하되 한시적이고 선별적인 제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중앙은행은 금융기관에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하고, 정부도 보증이나 대출을 제공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코로나19 확산세를 둔화시키고 백신을 개발하려면 다자간 협력이 핵심 과제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협력이나 공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 유동성 공급 등 한국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과제부터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쟁력 없는 기업은 무너지겠지만, 이번 위기만 극복하면 더 강해질 기업도 있다”며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항공 등 일부 산업이나 경쟁력 있는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해 살려놓으면 나중에 경제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춘 상태에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꽤 오래갈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바꿔서 반등할 때 힘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지원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