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이수진 전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내가 중간 역할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는 다른 전직 판사의 전언이 나왔다. 이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의혹 폭로자’로 불려왔다.
검찰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판에서 서류 증거 조사를 하면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자료를 공개했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자료는 또 다른 ‘사법농단 폭로자’인 이탄희 전 판사가 지난 2017년 3월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를 받으면서 작성한 표였다. 이 전 판사는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 문자와 수첩, 달력 등을 토대로 기억을 더듬어 대화 내용 등을 표로 만들었다.
이 표에는 같은 해 1월 이수진 전 부장판사와 통화하면서 “행정처 높은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공동학술대회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들었다고 적혀 있었다. 이 통화는 양승태 사법부 체제의 법원행정처가 2017년 1월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학술대회를 저지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돼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사모는 당시 법관 인사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표 내용에 따르면 이 전 부장판사가 학술대회 개최를 우려하는 법원행정처의 의중을 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이탄희 전 판사는 학술대회가 끝날 때에도 이수진 전 부장판사에게 연락을 받은 내용을 표에 적었다. 당시 이 전 부장판사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논의를 했었다”며 “내가 중간 역할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고 이 전 판사는 회고했다. 다만 이 전 부장판사가 이야기한 ‘중간 역할’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 전 판사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수진 전 부장판사와 이탄희 전 판사는 모두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됐다. 이 전 부장판사는 서울 동작을에, 이 전 판사는 경기 용인정에 각각 출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