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적인 수출 경쟁력을 갖췄다고 인정한 조선업 부품업체가 최근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경기 침체와 경쟁력 하락 등으로 STX조선·성동조선 등 경남지역 중견 조선사가 존폐 위기에 내몰려 경영난이 커진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마저 겹쳐 더는 버티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불황에 따른 물동량 급감, 선박 발주 취소 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수주 절벽에 따른 조선 부품업체의 연쇄 부도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15일 업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선우씨에스는 지난달 30일 창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선우씨에스의 존속 여부는 앞으로 회생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칠지에 달렸다’며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제시했다. 한때 세계일류상품인 ‘선박중형 디젤엔진용 크랭크샤프트’ 생산업체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길어진 불황에 결국 두 손을 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선우씨에스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연이어 적자를 냈다. 2년간 순손실 규모가 거의 30억원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86억원, 156억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감사의견마저 사실상의 사형선고인 의견거절이 나왔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선우씨에스는 절삭가공 및 유사처리업체로 2010년대부터 두각을 보였다.
특히 2012년에는 세계일류상품을 만드는 업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가 2001년 도입한 세계일류상품은 ‘세계에서 통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란 의미다. 세계 시장 규모가 연간 5,000만 달러 이상인 시장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순위가 5위 이내인 동시에 5% 이상인 제품이 뽑힌다.
선우씨에스가 생산하는 크랭크샤프트는 피스톤 운동을 변환하는 장치로서, 선박 및 발전기 엔진에 쓰이는 핵심부품이다. 무게는 최대 수십톤 단위에 달할 만큼 대형 장비다. 선우씨에스에 앞서 2006년 현대중공업과 STX메탈이 먼저 이 제품을 생산, 세계일류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민관은 독일과 일본이 주로 생산한 제품을 국내 대기업과 선우씨에스가 협업으로 국산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었다. 선우씨에스는 2016년 정부 포상인 ‘수출 2,000만불탑’을 수상할만큼 경쟁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우씨에스 관계자는 “경영 악화로 인해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고 말을 아꼈다.
중소 기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선우씨에스처럼 기술력을 인정받던 강소기업의 부실화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수출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6%(관세청, 10일 통관 기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자동차·석유 등 주력 업종 모두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한 기계부품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조선 기자재 등 전방 산업 경기 악화로 인해 조업과 물량 수주가 어렵다”며 “전반적으로 정부 발주까지 크게 준 탓에 현재 매출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