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늘의 경제소사] 코로나 바이러스의 봄

2003년 사스 병원균 규명

사스 바이러스/위키피디아사스 바이러스/위키피디아



2003년 4월16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도지는 전염병의 정체를 밝혔다. WHO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으로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전염병’이라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WHO의 분석 보고서는 이례적으로 빨리 나왔다. 중국 환자 발생을 WHO에 공식적으로 알린 지 두 달 만이다. 신속한 병원균 규명의 비결은 국제협력. 미국과 중국 등 세계 10개국 13개 연구소의 공동 연구와 협력의 결과다. WHO는 사스 퇴치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진단키트 개발을 꼽았다.


사스가 극성을 부린 기간은 약 6개월이지만 인명피해는 적지 않았다. 30개국에서 8,439명의 환자가 발생해 812명이 죽었다. 경제적 손실도 컸다. 세계 경제는 2003년 상반기 사스로 인해 약 300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한국의 손실은 크지 않았다. 환자가 집중된 중국의 인접국가이면서도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 3명의 추정환자와 의심환자 17명이 전부. 발생 초기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한 덕분이다. ‘한국인들은 김치를 즐겨 먹기에 사스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은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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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가 엄습한 지 17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떨고 있다. 피해는 사스보다 훨씬 심하다. 전이가 빠르고 무차별적이며 치명적이다. 세계 215국에서 200만명이 넘는 확진환자가 발생해 12만6,784명(14일 기준)이 목숨을 잃었다. 치사율 6.34%. 우리나라에서 확진환자가 1만명을 넘고 225명이 죽었다. 그나마 우리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치사율(2.12%)이 며칠 사이에 높아졌다지만 상대적으로 낮다. 진정 기미도 보인다. 확진환자가 날로 폭증하는 미국·일본과 대조적이다.

한국은 전염병의 대처에 강할까. 그렇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또 다른 변종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방역체계도 정보 공개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세계에서 사망자가 두 번째로 많았다. 병명을 메르스가 아니라 코르스(KORS)로 불러야 한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대응에서 국제적 모범사례로 꼽히는 것도 메르스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깔려 있다. 걱정되는 점도 적지 않다. 한국에 대한 평가가 올라갔다지만 세계 각국의 화물기와 군용기는 중국에 몰린다. 중국의 대응이 평가받고 있다는 얘기다. 보다 치밀하고 겸허하게 병원균에 대응할 때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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