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결국 "WHO 자금지원 중단"…국제공조 내팽개친 트럼프

대선악재 우려...책임 회피 분석

WHO '팬데믹 방재 실패' 들어

2~3개월간 자금집행 끊을듯

WHO 사무총장 "지원철회 유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지원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이어진 데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명분이지만 코로나19 초기대응 부실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WHO가 기본적 의무 이행에 실패했다”며 WHO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금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WHO에 대한 미국의 평가작업이 60일에서 최대 90일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2~3개월간 자금집행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미국이 WHO에 지급한 금액은 4억3,000만달러(약 5,229억원)이며 올해는 1억1,600만달러 미만을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중국 편에서 코로나19 상황의 심각성을 은폐해 팬데믹 확산을 초래했다는 점을 이번 조치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WHO가 현장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의료 전문가들의 중국 내 파견을 위해 제대로 일을 했다면, 그리고 중국의 투명성 부족을 비판하는 데 있어 제대로 일을 했다면 사망자를 매우 적은 규모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고 수천명의 목숨을 구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초기방역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책임의 화살을 외부로 돌리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만 해도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노력과 투명성에 감사한다”며 중국 정부를 치켜세웠다. 그러던 그가 돌연 WHO의 ‘중국 편들기’를 비난하며 자금을 끊는 것은 코로나19에 대한 부실 대응이 오는 11월 대선 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30일 WHO의 국제적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 선포 이후에도 코로나19를 독감에 비유하는 등 심각성을 평가절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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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완화를 위한 국제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금을 끊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WHO가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데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더라도 지원 중단으로 국제기구를 위협하는 것은 비인도주의적인 결정이라는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후스 유엔 사무총장은 “WHO나 다른 인도주의 기구의 바이러스 퇴치활동에 대한 지원을 줄일 때가 아니다”라며 “(이는) 전례 없는 사건으로 국제사회가 연대해 협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대표는 미국의 방침에 대해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다음날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자금지원 중단 명령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WHO는 미국의 자금지원 철회가 우리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있으며 당면한 재정부족분을 채우고 우리 업무가 중단 없이 계속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14일 61만명을 넘어섰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61만3,886명이며 신규 환자 발생은 감소세를 보이다 이날 소폭 상승했다. 사망자는 2만6,047명으로 집계됐다.



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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