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내심10석 이상을 기대했던 군소정당들이 15일 공개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예측됐다.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준(準) 연동형비례대표제(연비제) 도입이 군소정당에 오히려 악재로 적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20대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국회본회의에서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연동형 캡(cap)’을 씌워 연동률 50%를 적용해 군소정당의 국회진출을 촉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비례대표 정당을 창당하면서 군소정당들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출구조사 결과대로 총선이 끝날 경우 정치권에서는 거대양당 회귀로 귀결된 선거제 개혁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소정당 중 가장 많은 지지층을 보유한 정의당도 이번 총선에서 고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정의당은 지역구 1석을 포함해 4~9석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다. KBS는 5∼7석, MBC는 5∼6석, SBS는 4∼8석, JTBC는 5∼9석을 각각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은 6석을 차지한 바 있다. 출구조사 결과 지역구에서는 심상정(경기 고양갑) 대표만 국회 입성이 점쳐질 뿐 나머지 지역구에 출마한 모든 후보들은 낙선이 예측됐다. 무엇보다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여영국(경남 창원 성산) 후보의 낙선 예측은 정의당에 뼈아픈 대목이다. 여 후보를 비롯해 윤소하(전남 목포)·이정미(인천 연수을)·추혜선(경기 안양 동안을)·김종대(충북 청주 상당) 후보 등 현역 의원들도 국회 입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진보·개혁진영의 ‘전략적 분산투표’를 기대했던 정당득표에서도 9.9%(KBS) 등으로 예측되며 한 자릿 수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를 토대로 볼 때 류호정 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 장혜영 다큐멘터리 감독, 강은미 전 부대표, 배진교 전 인천 남동구청장, 이은주 전 서울지하철노조 정책실장, 박창진 전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장까지 대략 6명의 후보가 당선권으로 분류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이제 국민의 뜻을 겸허히 기다리겠다”며 “출구조사는 이전에도 많은 오차가 있었기 때문에, 실제 결과는 더 나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희망을 이어갔다.
국민의당과 민생당의 상황은 정의당보다 결과가 더 처참하다. KBS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 분석을 통해 국민의당의 비례의석을 3~5석으로 예상했고 민생당은 0~3석을 예측했다. MBC는 국민의당 3~4석, 민생당 0석을 예측했다. SBS는 국민의당 3~5석, 민생당 0~3석을 예상했다. 안철수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를 본 뒤 굳은 표정으로 “국민의당이 창당한지 이제 채 두 달이 되지 않지만 그동안 거대양당에 맞서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국민들이 고통받는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 국민들의 목소리 듣고 그뜻을 반영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실망감을 숨기지 못했다.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대위원장은 “개표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볼 수 있겠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크게 실망스럽다”며 “앞으로 정치가 거대 양당의 싸움판 정치로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