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해 ‘청정국’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체제 선전용으로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북한이 초기 강력한 대응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기범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14일(미국시간) 미국평화연구소가 주최한 온라인 토론에서 “북한과 인접한 중국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감염자가 적었고 그마저도 신속하게 확인해 격리가 이뤄졌다”며 “북한이 감염자 증가 곡선을 평탄화하는 데 성공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한인의료협회의 북한 프로그램 책임자로 미국과 북한 의사 사이의 협력을 이끌고 있으며 지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을 열여덟 번 방문했다.
그는 “북한이 이미 1월에 초기대응에 나섰고 일부 조치는 (바이러스가 발원한 우한이 있는) 후베이성의 봉쇄보다 먼저 이뤄졌다”며 “북한이 유행 곡선을 완만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을 수 있고 심지어 완전히 진압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실제 북한에 접한 중국 랴오닝성의 확진자는 145명이며 지린성도 감염자가 100명(사망자 1명)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다만 박 교수는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북한이 승리를 선언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13년간 북한의 최상위급 병원들에서 일해본 경험으로 추정치의 가장 낮은 쪽에 무게를 두겠다”며 집중치료병상 규모를 500개 정도로 추산했다. 의료 시스템이 취약해 감염병 유행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에서도 최근 감염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역유입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북한이 1월22일 중국과의 국경을 서둘러 차단했으나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생한 지 두 달가량 지난 뒤라 그 사이 감염 사태가 발생해 현재 통제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탈북의사 출신인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생활필수품의 80% 정도를 들여오는 국경을 서둘러 차단했을 때는 사태가 심각하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북한은 2003년 사스 사태 때 국경을 8개월간 차단했다. 북한은 지난달 초까지 엄격한 이동제한과 외국인·무역일꾼·유증상자 등을 격리 조치했고 결혼식·장례식 등도 불허하다 이후 제한적으로 해제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가 북한에 엄청난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달 “북한의 군사력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꽤 확신한다”고 밝혔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