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가 15일 치러졌다. 총선의 결과를 두고 희비를 느낄 여유가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엄중한 현실을 경고했다. 올해 세계 경제가 -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있지만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 경제가 마비된 상태에서 충격을 벗어나기 어렵다. IMF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2%로 예상하는데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겪는 마이너스 성장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무역량이 13∼32% 감소하며 북미와 아시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한국의 4월 초순 수출량은 19% 감소했으며 지난달에 이어 연속 내리막이다. 3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인데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쇼크가 현실로 나타나는 증거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표현대로 피해를 본 사람과 기업에 초점을 맞춘(targeted), 적시의(timely)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총선이라는 정치 과정에서 경제적 효과보다는 포퓰리즘에 휩싸여 정치권·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가 ‘기본소득이다, 지원금이다’ 하는 명목으로 그저 돈을 푸는 데만 매달렸다.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은 마스크 구매 때와 마찬가지로 긴 줄을 서서 기다려도 받기가 힘들었고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의 지원은 까다로운 조건과 실질적인 혜택의 미비로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선거가 끝난 지금 대한민국 경제를 벼랑에서 탈출시키기 위한 정책에 총력을 집중할 때다. 첫째, 기업 도산과 금융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한 정교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나라 전체에 충격을 주는 진원지는 기업과 은행이었다. 기업 파산이 절대 없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이나 ‘특단’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대책이 나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현금이 부족해서 생기는 유동성 문제로 인해 흑자의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이 적자 상태로 추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긴요하다. 이를 위해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지 않도록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다른 나라처럼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모든 기업을 다 살릴 수는 없으며 향후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한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불가피한 경우 구조조정의 절차도 밟도록 해야 한다.
둘째, 사람에 대한 지원은 고용과 연계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재난지원금이라는 푼돈 몇십 만원을 한 번 쥐여준다고 생계 걱정이 사라질 리 만무하다. 고용유지 지원금을 확대해 일자리를 더 많이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당분간은 실업자가 급증할 수 있으므로 고용보험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자영업자는 고용주이자 노동자이다. 발표된 금융지원이 빨리 이뤄지도록 절차를 줄이고 피해가 극심한 경우에는 재정으로 직접 보조할 필요가 있다.
셋째,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기원전이 아니라 코로나19 이전을 뜻하는 B.C.(Before Corona)와 질병이 끝난 후인 A.D.(After Disease)의 세계는 다르다는 말이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해체돼가는 자동차·기계·가전제품 등의 수출의존형에서 정보통신서비스, 바이오 헬스,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제도적 환경을 갖출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