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국민 마음 얻으려면

한기석 논설위원

통합당, 세월호 막말로 상처 줘

5·18 폄훼 사과 진정성 안 보여

정치는 남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

진심 어린 사과로 새 출발 하기를

한기석



주위를 둘러보면 이상하게 정이 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괜히 싫은 사람이다. 이유가 뭘까. 바로 생각나지 않을 때 그 사람의 됨됨이를 따져보면 대개 답이 나온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한 번만 하지는 않는다. 남 탓을 하는 사람도 한 번만 하지는 않는다. 그런 일은 한 번 할 때는 잘 모를 수 있어도 반복할수록 쌓여 어느덧 그 사람을 평가하는 근거가 된다. 그런 근거 중 최악은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차명진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후보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세월호와 관련해 막말을 했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면 바로 슬픔과 고통이 다가온다. 6년 전 일인데도 바로 어제 일어난 것처럼 기억이 선명하다. 세월호 참사와 아무 관련이 없는 내가 이런 정도이니 유족은 얼마나 힘들고 아플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차 후보가 막말했을 때 통합당이 처음 내린 결정은 제명이 아닌 탈당 권고였다. 탈당 권고를 받은 당원은 열흘까지는 당적을 유지할 수 있으니 차 후보에게 총선까지 완주하는 길을 열어줬다. 차 후보는 기호 2번을 유지한 채 징계 이후에도 문제 발언을 이어갔다.


차 후보의 세월호 막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차 후보는 세월호 5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해 4월15일 또 다른 세월호 막말로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았다. 통합당에는 차 후보보다 됨됨이가 나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이번 총선에 그를 후보로 내세운 것은 세월호 막말을 즐기는 사람의 지지를 계속 얻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차 후보가 제명 처분을 받은 날 통합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게시판에는 차 후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제명을 철회하라는 댓글이 끝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세월호 발언 이후 차 후보에게는 전국에서 후원금이 쇄도해 한도가 다 찼단다. 통합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유족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그런 언행을 통해 특정 세력의 지지를 받아왔다. 통합당은 이런 지지가 필요한가.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할수록 커지는 이런 지지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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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을 꼽으라면 나는 세월호 참사와 5월 광주라고 대답하겠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구할 수도 있었던 어린 생명을 살리지 못한 사건이다. 5월 광주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국민에게 총을 쏴 멀쩡한 생명을 죽인 사건이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5월 광주 유족의 마음도 아프게 했다.

통합당과 한 몸인 미래한국당의 원유철 대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광주를 방문해 “그동안 광주시민 여러분께 상처를 드린 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의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한 이종명 의원이 통합당의 꼼수 제명으로 한국당에 와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4년 내내 5·18을 폄훼한 세력들이 선거 때 잠시 내려와 굽신거리는 모습이 참으로 가증스럽다”는 민생당의 지적 그대로다. 이 의원과 함께 5월 광주를 모욕한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지금 뭐 하고 있나. 김진태 의원은 통합당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후보로 출마했고 김순례 의원은 한국당 선대위원장으로 활약했다.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마음을 얻으려면 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해야 한다. 공감은커녕 상처를 후벼 파면서 마음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미래통합당은 이런 일을 놔둔 채 미래를 얘기하고 통합을 지향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표를 달라고 하기 전에 당연히 있어야 할 전제다.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확고히 할 정책 다 좋다. 그 전에 기본 인성부터 갖춰야 한다. 선거는 끝났지만 정치는 계속된다. 오늘은 세월호 6주기다. 한 달 뒤는 5·18이다. 통합당이 진짜 정치를 하고 싶다면 세월호와 5월 광주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때가 국민의 마음을 얻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hanks@sedaily.com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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