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가

'이중규제' 금융그룹감독법 처리 힘받나

[총선 이후 금융공약 입법 어떻게]

통과땐 삼성 등 대기업 규제부담 ↑

징벌적 손배제·집단소송제 등 내건

금소법 시행령 제정도 뜨거운 감자

20대 임시국회 인뱅법 처리도 주목




21대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리면서 정부 여당의 주요 금융 공약 입법화 작업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 이자 부담 완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그룹 차원의 리스크를 통합 관리하는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 도입 등이 주요 입법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 달 중순까지 이어지는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총선 주요 금융 공약은 △이자제한법 개정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 등이다.

여당이 국회 전체 의석(300석)의 5분의3을 확보하면서 금융그룹통합감독법처럼 야당의 반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안들의 처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금융그룹감독법은 삼성·현대차·한화 등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금산결합 금융그룹에 대한 위험을 종합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대기업에 대한 사전적·재량적 규제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금융그룹감독법이 통과되면 당장 금산결합 금융그룹의 이중 규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자본적정성 평가시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 비중을 평가하게 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정리가 불가피해진다.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제정이 추진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역시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다. 판매제한명령권, 징벌적 과징금, 청약 철회권 확대 등의 세부 제도가 마련되는데, 특히 여당이 금융 분야 공약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를 내걸면서 금융권은 긴장하고 있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해 손해를 인정받으면 동일한 형태의 소비자에게는 해당 소송의 효력을 같이 적용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을 말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무더기 소송전이 발생하거나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정치권부터 금융사를 악(惡), 소비자를 선(善)으로 보는 이분법적 시각을 거두고 균형 있는 제도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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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연 20%로 낮추는 이자제한법 개정도 추진된다. 고리대금업으로부터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앞서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에 적용되는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내리는 내용의 대부업법·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2018년 2월부터 적용됐으나 추가 인하분을 반영한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법정 최고금리를 지나치게 낮출 경우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서 다중채무자 등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어 법 개정 작업이 본격화되면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개회한 20대 마지막 임시국회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이다.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관련 법안의 처리가 지난달 본회의 마지막 문턱에서 무산되면서 혁신금융의 촉매 역할은커녕 걸림돌로 전락한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여야가 임시회 중 처리를 약속했지만 또다시 부결될 경우 공은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주주의 한도 초과 지분 보유 승인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게 핵심이다. 엄격한 규제 탓에 KT와 카카오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데 걸림돌이 되면서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시킨다는 비판 속에 개정이 추진됐다. 금융권에서는 독소조항을 삭제하면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 최대주주로 올라서 진입 장벽이 높은 기존 국내 금융계의 혁신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카드 등 2금융권에서는 해묵은 규제를 풀어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 보험사의 해외 투자 한도 완화 등은 모두 20대 국회에서 폐기됐거나 폐기 가능성이 높은 법안들로 고스란히 21대 국회의 과제로 남았다. 특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병원에서 일일이 서류를 떼고 보험사에 별도로 청구해야 하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법안이지만 의료 정보가 보험사에 넘어갈 수 있다는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입법 우선순위로 내건 특수고용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법 개정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고종사자는 보험설계사·대출모집인·신용카드모집인 등 하나의 회사에서 일하는 전속성이 있어 근로자와 유사하지만 근로계약이 아닌 사업자등록을 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뜻한다. 현행 고용보험법으로는 특고종사자가 자영업자로 분류돼 고용보험료를 100% 부담해야 하고, 의무 가입도 아니다. 금융업계는 현재까지 대법원 판례, 행정해석 등에서 일관되게 금융상품모집인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있는데다 시장 진출입에 별다른 제약이 없는 소득활동에 근로자의 비자발적 이직에 대비한 고용보험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며 본인의 의지에 따라 가입 기회를 열어둔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은영·김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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