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통한 유동성 공급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앞서 미국이 회의적인 입장이라는 것은 알려졌지만 재무장관이 직접 나서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인데요.
16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므누신 장관은 이날 “SDR을 통해 조성된 자금의 70%는 대부분 유동성이 필요 없는 주요20개국(G20)에 갈 것”이라며 “3%만이 저소득 국가로 흘러간다”고 지적했습니다.
IMF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을 국가 지원을 위해 189개 회원국에 수천억 달러를 제공할 수 있는 SDR 한도를 늘리려고 하고 있는데요. 므누신 장관은 이를 반대하면서 “SDR는 긴급 요구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SDR는 지분에 비례해 주어지기 때문에 정작 돈이 필요한 국가들은 많은 유동성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므누신 장관의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엔 SDR 확대를 통한 유동성이 아무런 조건 없이 중국과 이란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CNBC와 로이터의 분석입니다. 여기서도 미중 간 힘싸움이 벌어지는 셈인데요. IMF는 미국이 최대 지분국인 만큼 미국의 뜻대로 진행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면서 므누신 장관은 일부 국가의 채무 연장은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SDR을 확대하는 대신 채무 연장 쪽으로 가자는 것이지요. 그는 “미국은 IMF나 G20, 파리클럽을 통해 진행되는 채무와 관련해 매우 강력하게 지급중단을 지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나라들이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또 각국의 통화와 재정정책을 최대한 확대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해당합니다. 코로나19가 글로벌 이슈이기 때문에 어느 한 나라만 나서서는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