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거래(B2B) 비중이 높은 회사들이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이색 광고 영상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제품으로 직접 소비자와 맞닿지 않는 만큼 브랜드 광공 등으로 접점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000660)가 지난 달 말 공개한 온라인 광고 ‘눈력자편’이 2주만에 유튜브 국내 조회수 1,300만 뷰를 돌파했다. 온라인으로만 공개된 영상임에도 빠르게 조회수가 늘어나며 ‘빅히트 광고’ 대열에 합류했다. 영화 킹스맨과 어벤져스를 적절히 패러디한 이 영상은 자사 제품 가운데 스마트폰 카메라 등에 적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인 CIS(CMOS 이미지센서)의 기능을 일반 소비자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CCTV와 스마트폰 카메라, 내시경, 드론 등 생활 곳곳에서 마주하는 전자기기에 SK하이닉스의 CIS가 들어있다는 내용을 전달한다. 이 영상은 완제품이 아닌 부품을 주제로 한데다, 기업 이미지 광고도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반도체를 지역 특산품으로 소개하고 스토리를 담은 ‘안에서 밖으로’ 등의 광고로 인기를 끌었다.
B2B 기업인 SK하이닉스는 브랜드 전략에서도 차별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준비해 올해 초부터 ‘블랙펄’이라는 자사의 CIS 제품을 독자 브랜드화 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지난해 CIS를 중심으로 거둔 비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약 8,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5배 이상 뛰었다는 점도 반영됐다. 원정호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팀장은 “앞으로 D램,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의 미래 비전을 담은 기업광고는 물론 마케팅에 필요한 제품광고의 비중도 늘려 갈 계획”이라며 “수출산업의 특성상 고객 다수가 외국에 있다 보니 광고 타깃 시장을 해외로도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GS(078930)칼텍스, 포스코 등도 주된 매출이 B2B에서 나오지만 꾸준히 브랜드를 대중에 노출해 온 사례로 꼽힌다. 이들 회사는 각각 ‘길을 만들다’, ‘I am your Energy(아임 유어 에너지)’, ‘기업, 시민이 되다’ 등의 캠페인 영상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과 거리를 좁혀왔다. 글로벌 기업인 캐터필러, 지멘스 등도 주기적으로 광고를 선보이며 대중과 호흡해 온 곳들이다. 재계에서는 이들처럼 B2B에 특화된 기업의 광고는 브랜드력 뿐 아니라 사원 채용, 내부 결속 등에도 쓸모가 있다는 평이다. 광고 제작사 이노션 관계자는 “B2B 기업은 광고를 통해 눈앞의 매출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가치 제고, 우수인재 유입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짚으며 “친근한 이미지를 전하는 SK하이닉스 캠페인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