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업계 1위인 대한항공(003490)마저 이달 내로 보유현금이 바닥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의 현금 유동성 위기는 항공유를 납품하는 정유사는 물론 기내식 등 협력업체들의 유동성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중 2,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다. 대한항공은 올 들어 5,7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했으며 연말까지 차입금 4조3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6,228억원을 발행했다. 항공운임채권 ABS는 항공권 판매로 미래에 발생하는 매출을 담보로 하는 채권이다. 매달 수천억원의 고정비가 필요한 항공사들이 단기 자금을 융통하는 방식으로 ABS 발행을 선호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사들의 자금 융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8,16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행기의 운항을 크게 줄였고 현재 13개 국제노선을 주 55회만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달 고정비용이 4,000억~5,000억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꾸준히 매출이 일어나지 못할 경우 사실상 이달 말이면 보유 현금이 ‘0’이 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020560)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942억원에 불과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국제선 운항이 8%도 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매달 2,000억~3,000억원의 고정비용이 발생해 보유 자산을 모두 소진,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항공사들의 셧다운 우려에 정유업계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항공유 재고가 쌓일 뿐 아니라 헐값에 내놓아도 사겠다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인 항공유는 두 달 이상 보관하면 제품이 변질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국내 정유사의 항공유 판매 감소율은 80~90%대까지 치솟았고 정유사들은 항공유 처치가 곤란한 상태에 놓였다. 또한 항공사들은 자금이 없어 항공유 대금 지불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항공사들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안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며 “항공사의 셧다운이 발생할 경우 정유업계뿐 아니라 협력업체들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