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투자 줄여 가격 반등 노리는 메모리반도체 빅3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코로나 사태 속 투자여력도 감소

올 15% 줄어든 336억달러 전망




지난 3년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온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투자를 줄여 출하량을 조절해 반도체 평균판매가(ASP) 상승을 노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데다 지난해 이익 규모가 대폭 감소하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17일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는 올해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빅3’ 업체의 설비투자액을 336억달러 규모로 전망했다. 전년 투자액인 397억달러보다 15%가량 줄어든 수치다. 비메모리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전체 투자 규모 예상액은 990억달러로 전년의 1,023억달러보다 3%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이 같은 투자 규모 축소는 지난해 반도체 경기 악화로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면서 투자 여력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14조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44조5,700억원) 대비 3분의1 수준에 그쳤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87% 하락한 2조7,127억원의 영업이익을, 마이크론은 올 회계연도 2·4분기(12~2월)에 전년 동기(21억달러) 대비 4분의1 수준인 5억4,2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이에 따라 유동자산만 181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여타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자금 상황은 좋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차입금이 현금성 자산을 넘어섰으며 순부채만 6조5,287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C2F공장 미세공정 전환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 법인에 3조2,999억원을 대여하는 등 SK하이닉스 산하 법인들의 자금 사정도 좋지 않다. SK하이닉스 중국 법인 부채는 지난 2018년 2조1,587억원에서 지난해 4조9,375억원으로 대폭 증가해 중국 현지 금융기관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 또한 올 회계연도 2·4분기의 현금 및 금융투자자산 등이 81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92억2,300만달러) 대비 소폭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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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 추가적인 투자 유인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10조3,000억원을 비롯해 2018년 17조원, 2019년 12조7,000억원을 각각 투자했으며 삼성전자 또한 2017년(27조3,456억원), 2018년(23조7,196억원), 2019년(22조5,649억원)을 합쳐 최근 3년간 반도체 부문에만 73조원이 넘는 투자를 집행했다. 마이크론 또한 지난 3년간 연평균 90억달러 수준의 투자를 단행했다.

앞서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주주총회나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등을 통해 올해 투자를 줄일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메모리 업계는 공정 전환 중심의 투자가 진행돼 전년 대비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등 점유율보다는 이익 확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올 1월 2019년 4·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설비투자 금액은 지난해 대비 상당히 감소할 것이며 인프라 투자는 올해 완공할 예정인 M16 중심으로, 장비 투자는 1y와 96단, 128단 공정전환에 필요한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마이크론은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투자 예상액을 70억~80억달러 수준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투자 감소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향후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각 업체들이 투자를 단행할 경우 클린룸 건설과 장비 도입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양산까지는 1~2년이 걸린다. 특히 1y D램 공정의 1z 공정 전환 및 극자외선(EUV)을 활용한 D램 생산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전략을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등도 따라갈 수밖에 없어 최근 2년간 이어졌던 반도체 공급량의 큰 폭의 증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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