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채널 A와 검사 유착 의혹’에 대한 직접 수사를 지시했다. 본인 거취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는 등 차츰 복잡해지는 상황을 성역 없는 수사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윤 총장을 겨냥한 외부 압력에 ‘측근 등도 예외 없이 수사한다’는 카드로 맞서는 이른바 ‘정공법 행보’다.
대검찰청은 이날 윤 총장이 이수권 대검 인권부장으로부터 채널A 취재와 MBC 보도 관련 사건의 진상 조사 중간 결과를 보고받고 심도 있게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서울남부지검에 접수된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채널A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권부 진상조사가 끝나는 데로 결과 보고서도 이첩한다. 현재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로 관련 사건을 모음으로써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과 연계된 검찰 관계자의 인권 침해, 위법 행위 유무를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이는 4·15 총선 이후 윤 총장은 물론 검찰에 대한 정치권 공세가 차츰 강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우희종의 하늘을 찌르는 오만방자는 무엇인가”라며 “기다렸다는 듯이 윤 총장의 목을 베겠다고 나선 당신의 후안무치에는 내 비록 선거에 졌으나 준엄히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날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 대표가 본인 페이스북에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시민은 힘 모아 여의도에서 이제 당신(윤 검찰총장)의 거취를 묻고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현해 앞서 윤 총장 측근인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에 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입장을 두고 “감찰 권한이 있는 감찰본부에서 못하게 하고 보고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감찰을 막으려고 하는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 거취는 물론 채널A·검사 유착 의혹이 정치권 화두로 부각되면서 여야가 설전에 나선 셈이다.
아울러 이번 윤 총장의 직접 수사 지시는 4·15 총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미뤄졌다 재개된 각종 수사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의지도 담겼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른바 라임 사태에 연루된 청와대 전 행정관을 체포하고, 신라젠 임원을 구속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은 여권 인사 배후설 등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검찰은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도 재개해야 한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올 1월 송철호(71) 울산시장과 백원우(54)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황운하(58)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으나 임종석(54)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철(50)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총선 이후로 미룬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윤 총장이 측근이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를 지시하면서 돌파구 마련에 나서기는 했으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이들 사건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만큼 검찰 개혁을 앞세운 여권 압박이 한층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며 “일시적으로 정치적 압박을 잠재우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사그라지게 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안현덕·박준호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