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성 A씨는 평소 어머니(40대) B씨와 친언니 C씨와 자주 다퉜다. B씨는 A씨가 외박을 하자 훈계했고 A씨는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B씨의 얼굴과 신체 부위를 수 차례 폭행했다. C씨는 “여동생이 엄마를 폭행한다”며 112에 신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관할 경찰서는 재발을 막으려면 관계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A와 B씨를 ‘회복적 경찰활동’ 모임으로 이끌었다. 1·2차 사전모임을 가진 후 A,B씨는 본모임 대화를 진행했다. 대화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했으며 어머니인 B씨와 화해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모녀는 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상호간 관계회복을 위해 각자 지켜야 할 약속을 기록하고 모두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재발 가능성을 막기 위해 관할 경찰서 전담경찰관은 모녀가 함께 영화를 관람하도록 지원하는 등 관계개선을 위한 기회를 제공했다. 가해자인 딸은 고등학교에 진학하였고 가족들과 원만히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찰청은 이 같은 ‘회복적 경찰활동’을 확대하고자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있는 본청에서 회복적 대화 전문기관 5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회복적 경찰활동은 가해자 검거·처벌에 초점을 둔 ‘응보적 사법’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된 대안으로 피해자 회복과 재발 방지 등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피해자의 의사와 요구를 확인하고 가·피해자 서로 동의하는 경우 대화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 방안(사과, 재발 방지, 피해보상 등)을 모색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요구와 피해 회복이 무엇보다 중시된다.
이번에 업무협약을 체결한 갈등해결과대화, 비폭력평화 물결, 좋은교사운동, 한국 회복적 정의협회, 한국 NVC 센터 등 5곳은 앞으로 경찰이 의뢰한 사건에 대해 회복적 대화 모임을 열어 문제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역할을 한다.
경찰은 지난해 수도권 지역 15개 경찰서에서 회복적 대화를 시범 운영했다. 그 결과 회복적 대화를 거친 사건 95개 중 84건의 조정이 이뤄졌으며, 가해자·피해자의 80% 이상이 결과에 만족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올해 전국 130개 경찰서에서 회복적 대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회복적 대화 활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피해자가 조속히 범죄 이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