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다음달 9일로 예정됐던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 행사를 연기했다.
16일(현지시간) 크렘린궁 공보실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 위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승전기념 행사 연기를 발표했다. 푸틴은 “승전기념일까지는 이미 한 달이 남지 않았으며 지금 우리 앞에는 쉽지 않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월9일은 우리에게 신성한 날이고 각자의 생명도 신성한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승전기념일 행사 연기 결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푸틴 대통령은 “5월9일 군사 퍼레이드를 위해서는 지금 준비가 시작돼야 하지만 정점이 지나지 않은 전염병과 연관된 위험은 크다”며 “승전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됐던 모든 다중행사를 연기하라”고 지시했다. 승전 75주년을 맞은 올해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외국 정상들이 대거 초청됐다.
푸틴 대통령은 다만 승전기념 행사가 열릴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진정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까지 총 2만7,938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