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달 27일 금융거래 실적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직장인을 위한 ‘NH씬파일러대출(가칭)’을 출시할 예정이다. 법인기업체에 재직한 기간이 6개월 이상이고 연 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직장인 근로자가 대상이다. 최저 3.6%(이달 1일 기준)의 금리로 최대 2,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소수의 비슷한 상품군 가운데서도 대출 조건이 대폭 개선돼 중·저신용자를 위한 은행권 대출에 새로운 불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잇돌중금리·새희망홀씨대출 등 정책대출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중은행 신용대출 상품이 ‘재직 기간 1년 이상’을 최소한의 자격 요건으로 하고 있는 데 반해 이 상품은 재직 기간 요건을 절반으로 줄였다. 현재 농협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 가운데 이 상품과 가장 비슷한 ‘NH e직장인중금리대출’도 재직 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신청할 수 있다.
연 소득 요건도 대폭 낮췄다. 은행권 중금리 대출 대표상품인 카카오뱅크의 ‘중신용대출’도 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지만 연 소득이 3,000만원 이상이어야 해 이 상품보다 문턱이 높다. 마찬가지로 사회초년생을 겨냥해 우리은행이 판매 중인 ‘우리신세대플러스론’도 재직 기간 제한이 없는 대신 연 소득 요건이 2,500만원이다.
금리·한도 경쟁력도 돋보인다. 최저금리 3%대 중반으로 현재 3%대 후반~4%대 초반 수준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유사 상품들보다 눈에 띄게 금리를 끌어내렸다. 직업·소득 정보를 아예 보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비상금대출’의 경우 은행들마다 최저 3.4% 안팎의 최저금리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대출 한도가 300만원으로 적다.
농협은행은 이번 상품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빅데이터·머신러닝 기반의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을 적용했다. 인공지능(AI)의 대표기술인 머신러닝과 통신정보를 포함한 비금융정보를 결합해 신용·소득이 낮아도 상환 능력이 있는 이들을 골라낸다. 금융거래 관련 정보가 부족해 은행 이용이 어려웠던 신파일러(Thin-filer)에게 유리한 방식인 셈이다. 신용평가업체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서류가 얇은 사람’이란 뜻의 신파일러는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의 24.5%에 해당한다. 특히 그중의 30%는 20대 청년층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기존 신용평가 체계에서는 낮은 등급을 받은 사람도 재평가해 신용도가 양호하다고 평가되면 대출이 가능해진다”며 “금융의 사회적 책임의 확대에 따라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은행의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