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다”.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세단 7세대 ‘신형 아반떼’를 몰아보고 든 생각이다. 아반떼는 대표적인 ‘국민 첫차’이지만, 대표적으로 ‘적당한 차’이기도 하다. 그랬던 아반떼에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은 기자도 몰랐다. 신형 아반떼는 “세상 달라졌다”는 광고 카피처럼 확 바뀌었다. 스포티한 디자인에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한 차체 세팅까지 아반떼만의 매력을 갖추고 등장했다.
신형 아반떼를 타고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임진각을 경유해 파주시 한 카페까지 왕복 84㎞를 달렸다. 처음 본 아반떼에서는 야성미가 물씬 느껴졌다. 스포츠카가 떠오르는 낮고 넓게 깔린 전면부, 날 선 헤드램프, 굵게 자리 잡은 측면의 삼각형 캐릭터라인이 눈에 띄었다. 날렵한 후면 디자인도 인상적이었다. 트렁크 부분은 곡선이 거의 없는 직선에 램프 부분이 움푹 들어갔다. 예리한 V자형 조각도로 파낸 듯 날카롭고 군더더기 없는 라인이 강렬했다. 신형 쏘나타와 그랜저가 다소 둥글둥글한 모범생 이미지라면 아반떼는 ‘놀 줄 아는 놈’ 같아 보였다.
날 선 외관과 달리 실내는 안락했다. 운전석 시트에 앉자 익숙하고 편안한 감촉이 느껴졌다. 현대차(005380) 세단에 기대하던 푹신한 느낌 그대로였다. 고개를 돌려 차 문 쪽 마감 상태를 체크했다. 통상 준중형 세단은 비용절감을 위해 눈에 띄지 않는 부분에는 신경을 덜 쓰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반떼는 천 소재로 차 문 안쪽을 덧대놨고 미세하나마 바느질 장식도 더해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면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나란히 오른쪽에 배치된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은 고급스러워 보였다. 독일 고급차 상위 사양에서나 보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아반떼에서 보게 될 줄이야. 요즘 젊은 층의 수요를 섬세하게 잡아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뒷좌석에도 앉아 봤다. 아이를 태우면 좋은 공간일 듯 싶었다. 전작보다 휠베이스가 길어졌지만, 준중형 세단답게 뒷공간이 그리 여유롭지는 않다.
가속페달에 발을 얹고 주행을 시작했다. 시승차는 스마트스트림 1.6ℓ 가솔린 모델로 최고 사양인 ‘인스퍼레이션’에 선루프와 휠 옵션까지 추가된 모델이었다. 자유로에 접어들면서 반자율주행 기능을 켰다. 정해진 속도와 차 간 간격에 맞춰 알아서 잘 달렸다. 주행선 가운데도 잘 잡아줘 안정성이 느껴졌다. 에코모드 상태에서 30㎞가량 달렸는데 어느새 연비가 리터당 20㎞를 넘어섰다. 17인치 타이어 기준 복합연비인 리터당 14.5㎞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고속도로에서는 굳이 연비 주행을 운전자가 할 필요없이 아반떼가 다 해줘 주행 편의성이 높았다. 자율주행을 켜고 스티어링휠에 자리 잡은 마이크 버튼을 눌렀다. “통풍시트 켜 줘”라고 하니 시트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왔다. 자연어 인식 수준이 높아 한 번에 알아들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스포츠 모드로 달렸다. 1.6ℓ 엔진이라 큰 기대를 안 했는데도 제법 속도감이 나왔다. 직전 모델보다 45㎏ 정도 감량했다더니 주행감각이 한층 경쾌했다. 다만 공식 성능 상 최고 123마력, 최대토크 15.7㎏f·m인 만큼 짜릿한 주행성능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국내 일반도로에 주행에서는 부족함 없이 탈 정도다. 다만 차체가 컴팩트하고 가벼워진만큼 올 상반기 나올 고성능 버전 ‘N라인’ 모델은 운전하는 재미가 제대로 느껴질 것 같다.
아반떼는 가성비 측면에서도 합격점에 가깝다. 가솔린 모델 기준으로 개별소비세 1.5%를 적용해 스마트(1,531만원), 모던(1,899만원), 인스퍼레이션(2,392만원) 등 세 가지 사양을 제공한다. 직전 모델 대비 최저가 사양은 90만원 정도 비싸졌지만 기본 안전 사양은 강화됐다. 풀옵션 가격은 2,467만원으로 직전 모델보다 100만원 가량 낮아졌다. 전작보다 편의성은 높아졌는데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한 것이다. 이런 장점을 소비자들도 알아본 것 같다. 현대차가 사전계약자 1만7,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20대 21%, 30대 23%, 40대 18%, 50대 24%, 60대 이상 15% 등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아반떼를 선택했다. SUV가 대세로 굳어진 시대에 세단인 아반떼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