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0년 동안 이어질 인구 변동의 충격을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에 한국(경제)의 흥망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강래(사진) 중앙대 도시계획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1955년부터 1974년까지 20년 동안 태어난 인구가 1,685만명인데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1에 달한다”며 “1955년생이 올해부터 65세 고령자로 편입되기 시작하는 등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온갖 사회적 난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장 큰 문제는 (준비되지 않은 채) 가난한 상태로 은퇴하는 베이비부머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계속 고용제도 도입, 정년 연장, 연금제도 및 건강보험제도 개편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갑자기 불어난 고령 인구를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마 교수는 도시계획 전문가다. 지방도시의 쇠퇴와 공동화의 문제점을 인구문제와 접목해 연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연구자다. 그는 최근 이 같은 문제의식을 담아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는 저서를 내놓았다. 공간과 사람의 조화에 주목한 일련의 저서다. 마 교수는 저서에서 고령화 문제의 해법으로 ‘베이비부머의 귀향’을 제시했다.
마 교수는 “수도권에는 800만명 정도의 베이비부머가 살고 있는데 이 중 절반 정도가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주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을 (지방 거점도시 등으로) 귀향시켜 일자리를 만들면 정부의 복지 비용을 줄이면서 도심으로 몰려들지만 정작 일자리가 없는 청년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베이비부머와 청년 일자리의 공간 분리를 이룸으로써 청년의 미래를 여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마 교수는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풀기 위해 좀 더 통 큰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격차의 심화”라며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니 경제 양극화와 함께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지방 공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귀향은 단기적 처방에 불과할지 모른다”며 “근본적으로는 개인 간, 가구 간, 세대 간, 공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 교수는 “쇠퇴한 도시를 활성화하는 핵심은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인구를 붙잡는 힘은 일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구조의 변동으로 과거 제조업이 융성했던 지역들이 점점 더 힘을 잃고 있는데 앞으로 성장산업은 젊은 인재들이 모인 지역에서 번창할 것”이라며 “상업과 문화, 공공 기능이 어우러진 융복합 공간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지방 대도시를 거점화해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광주·대전·대구·부산 등 지방 대도시를 거점으로 공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인구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고 강조했다.
/탐사기획팀=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