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中 사실은폐가 트럼프 잘못 덮진 못한다

<파리드 자카리아-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中 정보 차단과 WHO 조사 부족

트럼프 '위험한 오판' 정당화 못해

의료장비 빼돌리기·상호 비방 중단

광범위한 국제 동맹 구축 서둘러

글로벌 팬데믹 공동 대응 나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쑥밭이 된 것을 전적으로 중국 탓이라고 말한다. 중국과 유착해 진실을 은폐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도 중단했다. 이 같은 주장의 정당성을 평가하려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지난 1월24일에 올린 트윗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날의 트윗 내용은 이렇다. “중국은 코로나19를 억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미국은 중국 측의 노력과 방역 정책의 투명성에 찬사를 보낸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다. 본인은 미국 국민을 대신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이즈음에는 이미 코로나19에 관한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중국은 사람 대 사람의 전염이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발표와 함께 후베이성 전면 봉쇄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1월18일 알렉스 아자르 연방보건복지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브리핑했다. 그달 24일 미국에서는 두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어 27일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비필수적인 중국 방문 자제를 권하는 3등급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29일 트럼프는 자신의 트윗을 통해 “유능한 우리의 정부기관들로부터 지금 막 코로나19와 관련한 브리핑을 받았다”고 밝히고 “이들은 현재 중국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트럼프의 복심으로 통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최고 50만명의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메모를 작성했다. 다음날인 30일 WHO는 글로벌 차원의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트럼프는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과 강력한 공조작업을 벌이고 있고… 이번 사태는 대단히 좋은 결말을 맺을 것”이라며 지지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렇다면 그 당시 트럼프가 했던 말이 사실인가 아니면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사실인가.

관련기사



이것 하나는 분명히 해두자.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은 실제로 사실을 은폐했고 WHO 역시 중국이 제공한 정보에 대한 충분한 사실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우한 정부관리들은 일찌감치 코로나19에 관해 알고 있었지만 일반의 두려움을 최소화하는 쪽을 택했고 사실을 알리려는 의사들을 처벌했다. 베이징 역시 정보를 차단했고 CDC의 지원을 거부했으며 WHO의 우한 접근을 제한했다. 지금도 중국은 자국의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의 정확한 숫자를 미국 측에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들 중 어떤 것도 트럼프가 최소한 1월 말 혹은 늦어도 2월 중순 이전에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그는 바이러스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고, 날씨가 따듯해지는 이달에는 사라질 것이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경우 주식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판단했다. 바로 이런 연이은 오판이 미국의 코로나19 위기를 크게 악화시켰다.

트럼프는 지금 자신에게 쏟아지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그의 잘못된 정책에 또 다른 하나를 추가한 셈이다. 중국의 잘못과 실책, 기만이 무엇이건 팬데믹을 물리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각국의 자원을 한데 모으고, 정보를 공유하며 대응책을 조율하는 등 광범위한 국제적 동맹을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워싱턴은 다른 국가들로부터 의료장비를 빼돌리고 정치적 이유로 핵심 물자의 교류를 제한하는가 하면 가장 가까운 우방국들과 협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등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군이 우한에 전염병을 퍼뜨렸다는 음모론을 흘려가며 ‘기록세탁’을 시도하는 한편 이번 사태를 통해 축적한 전문적 노하우를 팬데믹에 시달리는 국가들에 전달하고 이란·스페인·프랑스와 미국 등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피해국들에 필요한 의료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사망자 수가 유례없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와중에 미국은 공군기를 이용해 현지의 진단검사키트 50만개를 미국으로 실어 날랐다. 그와는 정반대로 두 곳의 중국 자선단체는 50만개의 마스크를 이탈리아 아리아 가사가 새겨진 포장상자에 담아 전달했다. 지금 우리는 글로벌 팬데믹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하지만 세계의 양대 지도국인 미국과 중국은 상호비방을 일삼으며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치졸한 비난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두 강대국은 지구 어디에서건 단 한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