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당의 21대 총선 압승을 바탕으로 멈춰 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재시동을 걸었다.
통일부는 “오는 23일께 제313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을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인정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통해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등 조기 착공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정부가 동해선 남측 구간을 우선 연결한 것은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경제성 등 여러 평가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통일부가 남북협력사업으로 지정하면 국가재정법에 따라 면제가 가능해졌다.
국내의 민심이 남북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여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을 위한 사전작업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대통령 직속 통일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이날 진행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특별대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협력을 고리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018년 9·19 남북 공동선언에 나와 있듯이 (이번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답방할 차례”라며 “그다음에 비핵화 진전을 보이면 우리(남측)가 국제사회 제재 완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통해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공감대를 이룬 점을 거론하며 “담대하게 평양 종합병원을 짓는 데 들어갈 의료기기를 전부 다 우리가 지원해주자”고 남북정상회담의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북관계가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북미관계에 큰 영향을 받았던 만큼 정부의 무리한 대북사업 추진이 한미동맹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하노이 노딜’로 끝난 뒤 줄곧 정부의 남북협력 사업 추진에 대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한 사전 조율을 강조하며 불편한 심기를 수차례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