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신임 위원들의 임기가 21일 시작함에 따라 통화신용정책의 방향이 주목된다. 산업생산이나 소비, 경제성장률 전망치 등 모든 경제지표들이 나빠지며 한은의 역할론이 커지는 가운데, 새 금통위가 경기 충격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를 포함한 7명의 금통위원 중 신인석·조동철·이일형 위원이 임기를 마쳤다. 21일부터 후임 조윤제(기획재정부 추천), 서영경(대한상공회의소 추천), 주상영(금융통화위원회 추천), 고승범(한은 추천) 위원이 임기를 시작한다.
한은 안팎에서는 금통위원이 과반 교체됐지만 통화완화 정책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위원 개인의 성향이 정책에 반영될 여지가 제한적이어서다.
친(親) 정부 인사가 대거 포진함에 따라 금통위가 정부 기조에 맞춰 과감한 양적완화 조치를 펼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새 금통위의 전체적인 스탠스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에 가깝다고 판단된다”며 “코로나 위기를 지나 경기가 정상화될 무렵이 돼야 개별 금통위원의 성향을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특별목적회사(SPV) 설립을 통한 한은의 회사채 매입 여부다. 지난 9일 금통위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1%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추가 유동성 조치 시행의 가능성을 높였다. 이미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로 내리고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과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 확대,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등 대책을 쏟아낸 만큼 다음 단계로 회사채 매입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신임 금통위원들의 통화정책 시각이 변수로 떠오른다. 조 위원은 문재인 정부 정책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정부 정책과의 폴리시 믹스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비둘기파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 위원도 “통화·재정정책 여력 측면에서 한국은 미국, 유럽 국가들이 처한 상황보다 훨씬 나으며 한국은행의 양적완화 조치도 이제 첫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며 과감한 통화정책을 주문한 바 있어 비둘기파로 점쳐진다. 신임 금통위원들이 참여하는 첫 정례회의는 5월28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 임기를 마치고 떠나며 신인석·조동철 두 금융통화위원은 한은이 새로운 통화정책 수단을 고안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신 위원은 이임사에서 “기존에 해온 전통적인 수단 외에 새로운 통화정책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잘못하면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우려가 있으므로 통화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전통적 통화정책 수단(기준금리 인하 등)을 다 쓰면 비전통적 수단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과 조 위원은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이 위원은 매파로 꼽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