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새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소녀는 다행히 스마일센터를 소개받아 도움을 받았지만 범죄피해자 지원 제도를 아직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 아쉽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스마일센터에서 만난 김종현 법무부 인권구조과장은 범죄피해자 지원 제도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현실에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법무부가 범죄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돕기 위해 경제적·법률적·심리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이러한 지원에 대해 알지 못하는 피해자가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경찰 등이 피해자를 법무부에 연결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전체 피해자의 일부에 그친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지구대나 파출소 등 지역경찰이나 학교에서 범죄피해자에게 제도를 소개해주는 사례가 늘어 지원 실적이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면서도 “연간 강력범죄 발생 건수는 수천건에 이르지만 실제 구조금 지급 건수는 연간 300건, 치료비 등 지원 건수는 연간 1,800건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법무부 인권국은 제도의 존재를 알리고 범죄피해자 보호 기금을 모으기 위해 여러 행사를 개최해왔다. 유엔의 ‘범죄피해자에 관한 사법의 기본원칙 선언’ 선포일이 포함된 매년 11월에 ‘한국 범죄피해자 인권대회’를 여는 것이 그 예다. 이 행사는 범죄피해자와 자원봉사자가 만나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참가자들이 ‘For the victims(피해자들을 위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약 4㎞ 거리를 걸은 뒤 2만원씩 적립하는 ‘다링 나눔 걷기 캠페인’도 있다. ‘다링’은 다(all) 함께 한마음으로 범죄 피해자의 울타리(ring)가 돼 주자는 의미다. 지난해 열린 이 행사에서는 5,000만원가량의 기금이 모였다.
김 과장은 범죄피해자들이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서라도 법무부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리 상담과 심리 치료가 피해 회복에 특히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사건 직후 범죄피해자들은 높은 비율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보인다”며 “심리적 조력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만성적인 PTSD로의 발전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경제적 지원과 법률적 지원도 ‘실질적인 지원’이라는 점에서 심리적 지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국의 모든 범죄피해자들이 법무부의 지원 제도를 알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김 과장의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홍보비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과장은 “지하철 등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에 광고를 싣기도 했지만 비용 문제로 기간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기금 등 범죄피해자 지원 예산이 늘어나면 언젠가는 모든 범죄피해자가 법무부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