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黨政 불일치에 靑 수수방관...野는 중구난방

기존 당정청 합의 뒤집고

전 국민 100% 지급 추진

100→80만 원 지급 대안 재검토

靑, 입장 표명 자제 "이제는 국회의 시간"

통합당도 입장 번복 계속

지도부 공백에 당내 의견도 엇갈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와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와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규모가 고무줄처럼 바뀌며 관련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당초 당정청은 지난달 29일 격론 끝에 전체 가구 중 소득 하위 70%에 100만원 상당(4인 가구 기준)의 현금성 지원을 하기로 했다. 전체 가구의 50%를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기획재정부가 한 발 뒤로 물러나며 가까스로 찾은 타협점이다. 그러나 격론이 오갔던 게 무색하게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돌연 국민 100%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여당의 주장에 동조했지만 선거가 끝나자 통합당은 돌연 ‘전 국민 지급’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에 여당은 기재부, 그리고 야당과의 타협을 위해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지급 규모를 100만원이 아닌 8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플랜B’로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이 선거 전후로 입장을 끊임없이 바꾸면서 정부의 후속 조치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셈이다. 청와대의 최근 행보도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정청이 중지를 모으고 대통령까지 힘을 실은 기존 안을 뒤집는 문제를 청와대가 이제 와서 ‘국회의 몫’이라고 미루는 것이 ‘책임 정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플랜B 검토는 이해찬 대표의 100% 지급 고수 입장과 당내 의원들의 플랜B 가동 요구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가 총선 전에 100% 지급을 지속해 언급한 만큼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라도 전 국민 지원을 관철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규모를 줄일 경우 적자 국채 발행 규모가 확 줄기 때문에 기재부는 물론 야당과의 협의도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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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20일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 위한 본격적인 정지 작업에 착수했다. 전날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당정 간 입장 차를 공식 해소하지는 못했지만 정부도 국회가 증액을 결정하면 고려하겠다는 선에서 사실상 수용으로 분위기가 잡혔기 때문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전 국민 지급은 어렵다는 기재부의 의견에 공감했으나 거대 여당의 입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적자 국채 발행에 부정적인 기재부와 통합당을 의식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8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한 대안중 하나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 규모를 줄일 경우 정부가 우려하는 적자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 김성환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고소득층 지원과 재정의 과다함이 문제라면 소득 여력이 있는 층은 지원금 기부 캠페인이나 적극 소비 독려를 통해 환류하게 하고 재정의 어려움이 있으면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80만원으로 낮추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청와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여당의 오락가락 행보에 뚜렷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정부 입장은 지금 수정안을 낼 수는 없는 것이고, 70%를 토대로 국회에 보냈고 이제 국회에서 논의를 해봐야 하는 사안이다. 국회의 시간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총선 직전 여당이 ‘전 국민 지급’ 카드를 꺼내 들자 분명한 선을 긋지 않고 국회의 최종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정부와 여당 사이에서 청와대가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하지 않는 사이에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국민들의 피로만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여당이 밀어붙이고 청와대가 마지못해 동조한 전 국민 지급안이 두고두고 정책 대응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쥐어짜듯 마련한 예산에 이어 3조원의 국채 발행까지 더해질 경우 문 재인 대통령이 누차 강조하는 일자리 대책 및 기업 유동성 공급 등 추가 대책 재원 마련에는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상황도 중구난방이다. 전 국민 지급에는 사실상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지만, 지도부 공백으로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은 데다 재난지원금 100% 지급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다. 특히 당내에서 총선 기간 황 전 대표가 ‘전국민 지급’을 주장했던 만큼 자칫 국채 발행 등에 대한 문제 의식이 ‘정부·여당 발목잡기’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해 추경 논의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이날 통합당 소속인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소득 상위 30% 가구까지 (재난지원금을) 주는 것은 소비 진작 효과가 없고 경제 활력을 살리는 데 큰 기여도 못한다”며 반대했다. 나아가 이를 위한 국채 발행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국채를 발행해 경제를 살리려면 한계 상황에 달한 기업들의 고용유지를 위해 예산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예결위 심사에서도 일관되게 그런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이주영 국회부의장도 국회 브리핑 이후 황 전 대표의 발언이 당내 중론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정연·윤홍우·김혜린 기자 ellenaha@sedaily.com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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