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면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자구 노력이 선제돼야 하는 만큼 주주배정 일반 공모가 유력하다. 지주사이자 대주주인 한진칼(180640)에 지분 경쟁 이슈가 있어 3자 배정 방식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위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등과 세부적인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주관사와 인수단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증자 시점과 구체적인 조달 규모 등 세부사항을 확정할 예정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발생하는 실권주는 발행 주관사(증권사)가 총액인수하는 만큼 대한항공에게 납입되는 최종 자본금은 1조원이 될 전망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는 한진칼로 29.96%를 갖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할 경우 33.34%가 된다. 나머지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유상증자를 비롯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정부가 항공사에 긴급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앞서 자금 조달과 자구 노력을 선제적으로 이행하라는 주문 아래 유상증자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대형 항공사의 경우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기존 금융사 여신 한도를 최대한 이용하고 부족한 자금을 정책금융기관이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발행을 비롯해 여러 방법을 검토했으나, 국제선 운항이 막히며 추가 ABS 발행이 어려울 뿐 아니라 신용등급(BBB+)도 낮아 채권단 지원 외에는 사실상 자력으로 자금을 조력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유상증자가 차입금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을 비롯해 90% 이상의 노선 운항이 중단, 사실상 영업활동이 여의치 않은 반면, 매달 4,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고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유휴자산 매각, 전직원 6개월 순환 휴직, 임원 급여 반납, 비수익 사업부 매각 검토 등 고강도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만기 차입금, 리스료 등 비용 부담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올해 상환해야 할 자금은 4조300억원 수준이다. 지난달 대한항공은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6,228억원을 발행했으나, 이달 중 고정비와 차입금 상환 등으로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한항공은 신용등급 하락마저 직면해 ABS 조기 상환 등 디폴트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시진·김민경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