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고 11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불리할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해석해서는 곤란합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하나씩 뜯어보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죠. 보다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WSJ 조사를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트럼프 국정지지도 지난해보다 높아…되레 상승 분석도
이날 나온 여론조사(4월13~15일, 등록유권자 900명, 표본오차 ±3.27%p)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46%로 그렇지 않은 이들 51%보다 적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골수지지층을 중심으로 지지도가 굳건히 유지되는 특성이 있는데요. 지지도는 지난달에도 46%였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국정 전반에 대한 지지도는 그대로라는 얘기입니다. WSJ도 “코로나19가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는데요.
이 같은 지지도는 지난해보다 더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가장 낮았던 수치가 43%였고 가장 높은 게 2월과 5월의 4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되레 지지도가 더 올라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강하게 지지한다’는 응답자도 32%에 달해 지난해 30% 안팎을 오갔던 것과 비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열성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가상대결 지지도율 차이도 지난달 9%포인트에서 이달에는 7%포인트로 줄었습니다.
이는 미 경제방송 CNBC의 조사(4월3~6일, 성인 800명, 표본오차 ±3.5%p)에서도 드러납니다. CNBC의 조사는 지난해 12월 40%였던 국정지지도가 이달에는 46%로 6%포인트 올랐다고 발표했는데요. 더 주목되는 건 반대가 49%에서 43%로 감소한 부분입니다.
물론 CNN의 갤럽조사처럼 거꾸로 지지도가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어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 달 중순 49%에서 지난 14일 기준 43%로 떨어진 반면 비지지층은 45%에서 54%로 증가했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을 휩쓴 초기에는 국가 위기 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플래그 이펙트(flag effect)’ 효과로 지지율이 급등했지만 불과 수주 후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CNN의 기조를 고려하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경제는 트럼프 크게 앞서…바이든 코로나19서 존재감 없어
정리하면 미국민들도 트럼프가 말바꾸기를 많이 하고 진실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뢰도가 바닥이고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그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바닥이 탄탄하고 지지층의 결속력이 강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경제’에 강합니다.
WSJ 조사에서 누가 더 경제를 잘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트럼프를 선택한 응답자가 47%,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고른 이는 36%에 그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상은 알지만 결국 경제를 살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얘기입니다. 그 결과가 굳건한 지지율로 나오는 것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도가 바닥권이라는 얘기를 드린 적이 있는데 사실 트럼프 대통령 밑에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있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신뢰도는 26%에 불과한데요. 물론 불신율도 29%로 낮습니다. 이는 52%에 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크게 낮은데요. 중요한 것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경우 코로나19 국면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거나 ‘의견이 없다’는 답이 42%라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존재감이 없다는 뜻이지요.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시사를 비롯해 많은 주지사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과 비교해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특히 바이든은 열성층이 부족합니다. WSJ 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들었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는 답은 31%로 ‘매우 부정적(43%)’과 함께 양극화돼 있는데요. 바이든 전 부통령은 ‘매우 긍정적’이 16%에 불과합니다. ‘매우 부정적’도 25%밖에 안 되지만 전반적으로 무색무취한 느낌을 줍니다. 열성층은 실제 투표를 하느냐와 또 해당 후보를 찍느냐와 연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트럼프, 3분기 경제성적에 ‘올인’…대선 앞두고 경제재개 모험
전반적으로 현 상황을 보면 코로나19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까지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4만명을 넘어섰지만 투표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기반층이 여전합니다. 단순히 우리나라의 시각으로 미국을 재단하면 안 됩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못 막았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틀릴 수 있다는 뜻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활동 재개에 사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시동을 걸어야 5~6월, 아니면 여름부터 경제활동을 본격화할 수 있을 테니까요. 어쨌든 2·4분기에 상황이 좋지 않은 것까지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감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전분기 대비 연환산 기준으로 보면 선거를 앞둔 3·4분기(7~9월)에 강한 반등을 할 수 있겠죠. 선거 전략 측면(미국 경제에 좋은 것인지는 별도)에서는 이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현실화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때마다 “우리는 강한 경제를 갖고 있다”며 3·4분기 수치를 “놀라운 숫자”라고 강조하겠지요.
트럼프 정부는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기원설을 흘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미국민의 사망과 경제적 고통을 중국 책임으로 돌리는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국민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답은 경제에 있습니다. 미국민들의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가 변하지 않는 것도 경제고, 11월 대선 결과를 가를 주요 변수도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느냐입니다. 코로나19로만 판단하면 대선판을 잘못 읽을 수 있습니다. 워싱턴의 분위기와 함께 경제지표를 꼼꼼히 챙겨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미국은 선거인단 제도라 전체 민심과 선거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2016년에도 그랬으니까요.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