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해외선물 거래를 제공하는 증권사들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장애가 잇따랐다. 일부 증권사 HTS는 음수를 인식하지 못해 원유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동시에 매매도 불가능해지며 원유 선물 투자자들이 제때 포지션을 청산하지 못해 손실을 보는 사태도 빚어졌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새벽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대부분 증권사의 HTS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며 장애를 일으켰다. 일부 증권사는 지표가 되는 원유 가격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했고 다른 증권사들은 주문창에 음수 가격이 입력되지 않아 청산주문이 불가능한 상황이 빚어졌다.
대다수 증권사가 즉각 주문창이 음수 입력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하거나 만기일 전날 5월물을 청산해 관련한 고객 피해를 막았다. 하지만 키움증권과 유안타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의 HTS에서는 매매 중단으로 일부 고객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 이용이 많은 키움증권은 HTS가 마이너스 가격을 인지하지 못해 WTI 관련 선물 종목인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의 매매가 중단되며 투자자들이 원하는 시점에 매도하지 못했고 캐시콜(강제 청산)마저 적시에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하락한 가격으로 강제 청산이 진행되며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졌다. 투자자들은 원유가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부터 전혀 손을 쓰지 못한 채 손실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을 모니터를 통해 지켜봐야 했다.
키움증권의 한 관계자는 “투자한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피해 상황을 안내하고 있다”며 “투자자 피해 사항을 확인해 규정대로 보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도 WTI 하락으로 일부 원유 관련 선물의 매매가 중단됐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에서 주문창에 마이너스 금액이 입력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 이를 개선하라고 지시했다”며 “피해금액과 사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배상과 관련해 억울한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