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회사를 운영하는 A대표는 같은 업종에 있는 4개 회사를 합병한 뒤 일부 소비자들의 해약 신청서류를 가짜로 조작해 은행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약 4억원의 예치금을 무단 인출했다. 이후 A대표는 이 회사를 다른 기업에 매각했으며 얼마 못 가 이 회사는 폐업했다. 그 결과 3,000명이 넘는 소비자가 납입 금액의 절반 밖에 보상받지 못했다. 예치금을 무단인출 당한 300여명의 소비자는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공정위는 최근 인수합병(M&A)했거나 할 예정인 상조회사들을 상대로 선수금 보전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해 법 위반 사례가 발견되면 엄중 제재할 방침이라고 21일 밝혔다. 선수금은 상조회사가 소비자로부터 미리 받은 금액이다. 2019년 9월 말 현재 5조5천849억원에 이른다. 상조회사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 선수금의 일부를 은행 또는 공제조합에 맡겨 보전해야 한다.
하지만 선수금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달마다 소비자로부터 선수금이 고정적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상조회사가 인수·합병 등을 통해 선수금 무단 인출을 시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최근에는 펀드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이 상조회사의 선수금을 노린 정황까지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선수금을 무단으로 인출한 사실을 발견하는 즉시 엄중하게 제재하고, 할부거래법 이외의 위법 사실이 있을 경우 수사기관에 적극 수사 의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정위는 현장 조사와 함께 상조회사 인수·합병 후 예치금·담보금 차액 인출 시도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 선수금 보전기관을 변경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반드시 통지하도록 ‘선불식 할부거래(상조서비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을 고칠 방침이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