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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한 주식시장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빠른 확산과 더불어 패닉에 빠졌던 글로벌 주식시장이 이후 한 달 동안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우리 주식시장은 지난 3월 하순에 기록한 저점 대비 30% 이상 올랐는데 이는 고점 대비 내린 폭의 55%를 뛰어넘는 반등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나 미국 모두 지난해 8월 미중무역 갈등이 심해졌을 때 기록한 연중 저점보다 지금 주가가 더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이 과정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사뭇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반영되며 각국의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올 들어 장기 국채금리는 우리나라에서 0.3%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미국에서도 1%포인트 이상 내렸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큰 폭으로 내렸고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투자를 하기 위한 기업 자금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 연합체)가 모여 감산 합의까지 이뤄냈지만 유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원유 수요는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감산 규모는 전체 공급의 10% 정도에 그친 탓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기준 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마이너스까지 기록했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과 채권·원유시장에서 나타나는 괴리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낙관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무엇보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이제 정점 부근이며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는 점에 무게를 둔다. 실제로 주요국 통계를 보면 첫 사례가 보고된 후 약 40일이 지나면서 확진자 증가세가 확연히 줄었다. 특히 이번 사태 이후 각국 정부의 유례없는 통화·재정정책이 결국 경제와 주가를 끌어 올릴 것이라는 생각도 발견되는데 이러한 시각에서는 앞으로 주가 하락보다는 유가와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다.

나쁘게 보는 쪽에서는 이번 사태가 초래한 경제적인 충격이 과거 어느 사태 때보다 크다는 점, 확진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더라도 경제 주체들의 행태가 영구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3%로 낮췄다. 특히 향후 2년의 평균 성장률이 2019년 대비 매우 완만할 것으로 전망하는 기관이 많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들은 현재의 주가 상승이 곧 꺾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어떤 시각이 맞을까.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지금보다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이 맞을 것이다. 지난 한 달 동안 극단적인 공포를 이겨내고 장기적이고 균형 있는 시각으로 주식에 투자했던 결정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타나는 글로벌 자산시장의 엇갈린 움직임은 이번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이 아직 수그러들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특정한 시각을 갖게 되면 그 시각에 맞는 정보들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커진다는 점에도 주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관적인 시각만으로는 자산을 증식할 수 없지만 반대로 낙관적인 시각만으로는 자산을 보호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미 주가가 크게 오르고 금리와 유가가 크게 내린 지금은 3월과 또 다른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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