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이 기약 없이 지연되는 가운데 모(母)기업인 금호산업(002990)의 경영권마저 흔들리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금호고속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1,300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오는 25일로 다가와서다. 금호고속은 금호산업 보유지분 지분(44.99%)을 담보로 맡기고 이 돈을 빌렸다. 산은이 담보권을 무기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계약의 ‘새 판’을 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호고속은 25일 단기차입금(1,3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이 차입금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당시 산업은행이 금호산업의 지분 44.99%를 담보로 빌려준 돈이다. 산은은 이 담보권을 아시아나 매각 과정에서 일종의 ‘안전장치’로 활용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경영진이 아시아나 매각을 약속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한 셈이다.
문제는 상환일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갚을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당장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도 어렵다. 금호고속이 지난해 말 기준 광주 유스퀘어를 비롯해 담보로 잡힌 자산의 규모만 1조2,275억원에 달한다.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유형자산(7,458억원)과 투자자산(5,909억원) 대비 92%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79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만큼 경영실적도 좋지 않은데다 현금성 자산도 76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자금줄이 될 것으로 여겼던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도 중단됐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당초 지난 7일로 예정돼 있던 1조1,745억원의 유상증자를 비롯해 계약 완료 시한을 기약 없이 미뤘다.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구주(30.77%)의 매매대금 3,228억원을 받아 중간배당이나 금호고속 보유 자산을 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했던 금호그룹의 계획도 꼬이게 된 것이다. 최악의 경우 만기가 연장되지 않으면 그룹 지배권이 통째로 산은에 넘어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산은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금호고속의 대주주로 올라선 뒤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 매각 계약을 다시 맺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아시아나가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에서 HDC현산이 약속한 2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도 기업 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현재 차입금 연장을 두고 산은과 협의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