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동헌칼럼] 경제방역 절실하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취약계층·기업 선별 핀셋방역 필요

협력사와 상생 적극나서는 기업엔

법인세 인하 등 인센티브 제공하면

정부 여력 못미치는 곳도 보완 가능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216개국에서 240만명 이상의 확진자와 17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소비·노동·교육 등 일상생활 전부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는 초토화할 위기다. 항공업계는 지난달 전년 동기보다 90%가 넘는 매출 절벽을 경험하고 있고 석유화학, 자동차 및 부품, 무선통신기기 등 주요 품목들의 수출액도 이달 1~10일 사이 19% 급감했다. 3월 실업급여 신규신청자는 15만6,000명에 달하고 지급액도 8,982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고용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만5,000명 감소했고 일시휴직자는 160만7,000명으로 363.4%나 뛰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2%로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은 이러한 결과물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한국 경제를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경제 분야에 대한 방역을 서둘러 해야 하는 이유다.

방역은 신속성이 최우선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사태 초기에 소비위축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중심의 자영업자들을 신속히 지원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이제는 항공·조선·자동차 산업 등의 주요 기업들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84만여개 일자리와 연간 약 58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항공산업은 붕괴 위기에 놓였다. 2020년 1·4분기 조선 3사 수주액도 연간 목표량의 3~5%에 그쳐 머지않아 극심한 자금난이 예상된다. 항공이나 조선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이들 산업이 무너지면 국가 산업 생태계와 고용기반이 위협받게 되고 관련 산업의 연쇄 도산과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시적 자금난으로 흑자도산의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피해 기업들에 대출·보증·고용유지금 등 신속하고 과감하게 지원에 나서야 한다.


피해·취약 계층 및 기업을 선별해서 지원하는 핀셋방역도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가 국경을 넘어 세계 경제의 근간을 흔들자 각국은 ‘슈퍼 경기부양책’으로 대처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막아야 하는 것이 정책당국의 최우선 임무이다. 지금의 금융·자금 지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은 최근 3년간 연평균 2.53%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국가이기에 천문학적인 재정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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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크게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겠지만 재정여건은 녹록지 않다.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나 취약계층 등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지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기준을 긴급성, 형평성, 재정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선별적으로 지원대상을 결정한 것은 일관성이 있다. 다만 신속한 지원에 집중한 나머지 국민의 공감과 소통에서 부족했던 것 같다. 정부가 합리적 기준을 갖고 신속히 정책을 집행해 코로나 위기로부터 국가 경제를 회복시킨다면 국민도 선별적 지원정책을 기꺼이 수용할 것이다. IMF도 코로나 위기가 과거 경기침체와 크게 다르지만 재정지원은 적시에 한시적이고 선별적으로 집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경제 분야는 상생방역이 필요하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인력·자금 등에서 협력사와 긴밀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생존 경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들을 적극 지원해준다면 향후 지속가능한 상생협력과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정부가 협력사와의 상생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들에 법인세 인하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정부 여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문에 경제방역을 보완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곳에 신속한 경제방역만이 한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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