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기업들의 충격이 현실화하면서 각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유럽에서는 중국이 코로나19로 몸값이 떨어진 자국 기업을 헐값에 인수합병(M&A)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을 겨냥한 보호무역 조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미국과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에 중국 기업들의 전략적 자산 인수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통상장관들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둔화로 약화된 전략적 부문의 유럽 기업을 약탈적 인수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약탈적 인수의 잠재적 위협을 가하는 상대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참석자들은 개별적으로는 중국이 우려의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도 역시 중국 기업들을 겨냥해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에 근거지가 있거나 연계된 해외 기업들의 인도 기업 M&A를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는 각국의 수출제한 조치도 늘어나는 추세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총회는 전날 밤 코로나19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의료장비에 대한 접근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승인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이 의료장비 수출제한 조치에 나서면서 의료물자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위스 장크트갈렌대의 세계무역경고팀이 최근 내놓은 연구 결과를 인용해 75개국이 의약품·장비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FT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수출제한 조치가 강화되면서 ‘관련 의약품 가격 상승→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정책포털 사이트 복스(Vox)는 단기적으로 현재의 수출제한이 의료 마스크 가격을 20.5%, 일반 마스크 가격은 9.1% 인상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치마·장갑 등 보호장비 가격 역시 현재 규제로 1~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제2차 감염의 위험성이 이미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현재 중요한 공급품들을 제한하는 나라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