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일 총선을 앞두고 했던 ‘1주택자 종부세 감면’ 약속을 뒤집고 12·16대책의 원안을 20대 국회 내에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부세 이슈에 민감했던 서울 강남, 경기 성남 등에서 후보들이 낙선하고 강북에서 지지를 얻음에 따라 종부세에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원회 간사단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 원안 처리’ 입장을 밝혔다. 그는 “총선 과정에서 당의 인사들이 말씀하신 내용은 이미 12·16대책에 많이 반영돼 있다”며 “우리 당에서는 이를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종부세법은 ‘세율 인상’이 골자다. 1세대1주택자 및 일반 2주택자 이하 소유자에게 적용하던 세율을 0.1~0.3%포인트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1세대1주택 요건을 충족한 노인은 세액공제율을 10%포인트 올리고 1세대1주택 장기보유자의 세액공제율 최대한도를 10%포인트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즉 종부세 인상이 주가 되고 그중 일부를 공제한다는 조건은 부차적 내용인 셈이다.
김 의원이 여당 주요 인사들의 종부세 완화 입장을 일축하면서 ‘말 바꾸기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이인영 원내대표는 서초을 선거 유세 중 박경미 후보가 종부세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한 데 대해 기자들이 ‘이를 약속해주러 온 것이냐’고 묻자 “예”라고 답했다.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일 방송기자 초청토론회에서 종부세 제도 보완과 관련해 “1가구1주택 실수요자, 그리고 그분들이 뾰족한 소득이 없는 경우 현실을 감안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한 데 이어 5일 “당 지도부에서 협의했다”며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방점은 기존 12·16대책 ‘유지’가 아닌 ‘세율 완화’에 찍혔다.
여당의 이러한 행보가 총선을 전후로 ‘긴급재난지원금 규모’에 대해 말을 바꾸는 야당과 다를 바 없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총선 전 ‘전 국민에게 지급(황교안 대표)’한다던 미래통합당의 약속이 ‘소득 하위 70% 지급(김재원 정책위의장)’으로 변경된 데 대해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말 뒤집기를 하고 있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종부세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도 선거 전후로 뒤바뀌며 통합당을 비판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에 대해 김정우 의원은 “재난지원금은 일회성·긴급성인 반면 종부세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이에 맞는 정책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의 (종부세 감면 시사) 발언은 부동산 시장을 봐가며 21대 국회에서 추가로 논의할 사항이 있을 경우 논의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여당이 종부세 원안 처리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강북 압승, 강남 완패’라는 선거 결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7일 최재성(송파을), 전현희(강남을) 의원 등 서초·강남·송파·강동·용산·양천, 경기 분당 지역 민주당 출마자 14명은 종부세 부담 완화를 공동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중 살아 돌아온 이는 황희(양천갑), 김병욱(경기 성남분당을) 의원 둘뿐이었다. 반면 강북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25개 선거구 중 용산을 제외한 전체를 석권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민주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정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강남 지역을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민주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종부세를 완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