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바다 위 유조선까지 꽉 차…"돈 줄테니 가져가라"

■사상 초유 마이너스 유가, 왜

원유 현·선물 차익거래 어려워져

선물시장 유동성 대거 유입도 이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37.6달러로 마감하면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가 현실화했다.

20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의 눈앞에 펼쳐진 유가는 전 거래일인 지난 17일 종가(18.27달러)보다 300% 넘게 떨어진 수치다. 하지만 6월 인도분은 18% 하락에 그친 20.04달러를 기록했다. 이론적으로 원자재 선물가격은 현물가격에 보유비용을 더해야 하기에 현물이 ‘마이너스’가 아닌 이상 ‘플러스’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번 WTI 선물의 ‘마이너스’ 현상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조차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생긴 일시적인 수급 영향이지만 매우 놀라운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인 선물시장에서 선물가격은 만기에 다가갈수록 현물가격에 가까워진다. 만일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계속 높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투자자들은 만기가 가까워진 비싼 선물을 팔고 다음 만기의 값싼 선물을 사들여 차익을 실현하려고 할 것이다. 반대로 현물이 선물보다 비싼 경우에는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살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 만기일에 선물과 현물 사이의 차익거래 관련 포지션을 청산한다. 차익거래를 하기 때문에 만기일을 앞두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가 되는 게 사실상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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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일 원유 선물시장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원유 재고가 급증하자 WTI 현·선물 차익거래 ‘가격 메커니즘’이 왜곡됐다. 주요 기관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동안 하루 평균 1,600만~3,500만배럴의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로 인해 창고에 쌓이는 원유가 늘어나면서 저장능력도 부족해졌다. 보관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싼 수상 저장고의 원유 재고가 1억2,000만배럴에 달해 2016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유 현·선물 차익거래가 어려워졌다. 차익거래를 하려면 상대적으로 비싼 원유 현물을 팔고 비교적 저렴한 원유 선물을 사야 하는데 수요 감소와 저장공간 부족으로 현물을 사주는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선물시장에 유동성이 대거 유입된 것도 유가 변동성을 부추기고 있다. 이승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는 상당 기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 비회원 산유국들이 긴급회의에 나서 감산 규모 확대와 기타 산유국의 감산 동참을 꼭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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