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기록적인 폭락에도 정유 종목은 코스피보다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유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 심리가 주가를 방어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새벽에 들려온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폭락 소식에 투자자들은 긴장했다. 돈을 주고 팔아야 할 만큼 원유 수요가 실종됐고 정유사의 재고평가손실 악화 가능성이 제기되며, 정유업체 주가에 불리한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정유업체 주가는 선전한 모습이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OIL은 전 거래일보다 2.25% 오른 68,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0.51% 하락에 그치며 98,5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원유 폭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까지 더해지며 코스피 지수가 1% 밀린 것과 비교하면 정유 업체는 양호한 수준의 변동폭을 유지한 것이다.
이에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가 오히려 정유주를 지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빠지면서 주가에 면역이 생겼다”며 “이런 상태에서 5월 인도분 WTI 가격의 폭락이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원유 가격와 정유업체 주가의 흐름은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평가손실이 불어나 단기 실적은 악화된다”면서도 “가격 하락이 수요를 반등시켜 장기 실적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S-OIL과 SK이노베이션의 주가 방향성이 엇갈린 것을 두고서는 시황보다는 개별 기업의 특성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공식판매가격(OSP)이 하락하며 2분기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S-OIL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진단했다. S-OIL 사우디 원유 수입이 비중이 90% 수준으로 국내 정유사 중 가장 높다.
원유가 저점인 것을 인식하고 매수를 노린 투자자가 S-OIL에 몰렸다는 분석도 있다. 조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 등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과 달리) S-OIL은 순수하게 정유사업만 운영하므로 정유주를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S-OIL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하루사이 주가 흐름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현태 BNK증권 연구원은 “업체 간 변동률의 차이가 크지 않아 의미있는 격차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