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 직구족 사이에서 국제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유가의 급락이 계속되면서 미국 원유 투자 상품의 가격도 고꾸라지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마구잡이식 유가 상품 투자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22일 미 경제매체 CNBC 및 증권가에 따르면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U.S OIL FUND ETF’ 기준가는 21일(현지 시각) 2.81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전일 마감 가격 대비 25.07% 급락한 수준이다.
이 ETF는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인 WTI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펜데믹(대유행)으로 확산하고 산유국들이 감산 갈등으로 국제 유가의 하락세가 나타나자 반등을 기대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이 상품을 대거 사들여왔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집계를 보면 3월 이후 국내에서 이 ETF의 매수 규모는 1억 1,677만달러(1,442억원)에 이른다. 미국 현지에서도 소매(리테일) 투자자를 중심으로 관심이 높은 ETF로 알려진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국제 유가 급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실제 WTI 5월물 가격이 지난 20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21일 6월물 WTI도 전날보다 배럴당 43.4% 하락한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가 5~6월 하루 970만 배럴 규모로 원유를 감산하기로 했지만 코로나 19로 공급과잉 해소하기에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유가 폭락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멈추지 않는 유가 하락에 이 ETF는 운용 방식을 변경하기로 했다. 그간 최근월물을 담아왔지만 원월물을 보유할 수 있도록 구조를 변경한 것이다. 운용사가 당국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이 펀드는 현재 6월물 40%, 7월물 55%, 8월물 5%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CNBC는 설명했다. 구조를 바꾸지 않았으면 자칫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는 게 현지의 지적이다.
CNBC는 전문가의 입을 빌어 “펀드의 새 구조는 원유 가격 폭락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ETF는 주로 리테일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며 “상품 시장 움직임의 완전한 이해 없이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