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국회 '한은법 개정' 두고 한은 내부 갑론을박

여당, 한은 매입가능 증권 범위 완화 법 개정 추진

"회사채 매입, 한은법상 제약"vs"금통위원 책임소지가 문제"




한국은행이 회사채를 적극 매입할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이 법 개정을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한은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보증 없는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매입 가능증권 확대가 아닌 금융통화위원의 책임소지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에서 줄곧 제기된 회사채 매입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사한 방식의 회사채·CP 매입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이 방안이 추진되려면 정부의 신용보강과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여당이 개정에 나선 조항은 한은법 68조다. 해당 법은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을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 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한정해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등에 대한 매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한은의 매입 가능 유가증권 범위를 완화하는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의 금융안정태스크포스(TF)팀 단장을 맡고 있는 최운열 의원과 손금주 의원이 한시적 무기명 채권 발행과 함께 제안한 방안이다.


하지만 차현진 한은 인재개발원 교수 등 일부는 여당의 한은법 개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미 한은법 80조를 통해서도 회사채 매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은법 80조는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중대한 애로’가 있으면 정부 의견을 들은 후 한은이 금융업 등 영리기업에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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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교수는 오히려 한은법 25조에 명시된 금통위원의 손해배상책임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은이 회사채·CP 매입 등 리스크가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것은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 손해배상책임을 금통위원들이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라며 “법을 개정해도 결국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원을 지낸 교수 A씨도 “다수결로 정책이 결정되는 금통위 특성상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이 많을수록 보수적인 결정이 나오는 것일 뿐”이라며 “법 개정 때문에 (회사채 매입을) 못한다는 것은 핑계”라고 비판했다.

한은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금통위원에게 부과된 책임은 민법상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라며 “금통위가 내린 정책적 판단으로 리스크가 유발되더라도 위원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한은의 매입 가능 증권 확대 등의 법 개정이 오히려 중앙은행의 역할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부작용도 제기된다. 심각한 위기 상황이 아니어도 한은이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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