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산업은행 등과 손잡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에 도전에 나섰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었음에도 산업은행 을 비롯한 국내 금융기관에서 약 7,000억원 규모의 그린론을 체결하며 산업금융 협력의 첫 사례를 만들었다.
LG화학은 23일 산업은행·수출입은행·농협은행과 5억5,000만유로(약 7,000억원) 규모의 그린론 조달 계약식을 열었다. 그린론은 전기차·신재생에너지·고효율에너지 등 친환경 관련 분야로 용도가 제한된 대출 제도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권우석 수출입은행 본부장, 오경근 농협은행 부행장 등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는 LG화학이 지난해 12월 산은·수은·농협과 체결한 ‘산업·금융 협력프로그램’의 첫 성과다. 당시 LG화학이 이들 금융기관에서 조달하기로 한 금액은 5년간 50억달러(약 6조1,5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최근 코로나19로 외화 조달 여건이 경색된 상황에서 LG화학이 적시에 투자금을 마련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유럽 전기차 시장 확대를 겨냥해 폴란드 배터리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3,140만달러(약 374억원)를 들여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자사 전기차 배터리 공장 인근의 가전 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올해 LG화학의 배터리 시설투자 예상 금액은 3조원에 이른다.
LG화학은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목표 달성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1~2월 누적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26%로 파나소닉(29.8%)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테슬라를 제외한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탓에 CATL은 점유율 3위(16.3%)로 고꾸라진 결과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약 150조원 수준”이라며 “2024년 배터리 분야에서만 30조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국내 배터리 후방산업의 동반성장도 함께 추진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1,5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펀드’를 조기 집행하기로 하면서다. LG화학이 600억원, 산업은행이 900억원을 출연해 조성한 동반성장 펀드는 협력사의 설비 투자 등 운영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저리 대출 펀드다. 양사는 이번 업체당 대출 한도를 50억원 수준으로 정했다. LG화학 측은 “코로나 확산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가 상반기 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산은과 긴밀히 협조해 신속히 자금을 집행하겠다”면서 “긴급 자금이 필요한 협력사들의 숨통을 터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차 부사장은 “이번 그린론 조달은 배터리 사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금융권 및 소·부·장 협력사들과 적극 협력해 세계 배터리 시장 석권은 물론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