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 24일 취임 1주년을 맞지만 조용히 넘길 예정이다. 경영권 분쟁 1라운에서 완승을 거뒀음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룹 경영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3자 주주연합이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며 경영권 위협을 이어가고 있어 여전히 불안하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002320)그룹은 오는 24일 조 회장의 취임 1주년을 맞아 별도의 행사도 열지 않고 직원 게시문이나 담화문도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다. 한진그룹 한 관계자는 “경영위기 상황에서 대한항공(003490) 등 계열사들을 정상궈도에 올리는 자구안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별도의 행사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4월 8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자 24일 조 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했다. 조 회장은 취임후 1년은 순탄치 못했다.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를 진행하며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며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권을 위협하던 KCGI와 반도건설과 손을 잡았고, 제3자 주주연합을 구성하며 조 회장에게 등을 돌렸다. 이후 주주연합은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을 문제 삼으며 지속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요구했지만 한진그룹 내부결속을 바탕으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이 완승했다.
그렇다고 웃을 수도 없었다. 곧바로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하며 대한항공은 대부분의 노선 운항을 중단하며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은 매출이 급감한 데다가 고정비용 등의 부담으로 이달 중 현금 유보금이 모두 소진될 상태에 놓였다. 조 회장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역발상을 통해 실적 방어에 나서고 있을 뿐 아니라 송현동 부지를 포함한 그룹의 유휴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등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최초로 사외이사직을 외부 인사에게 넘겨주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다.
아직 그룹의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현금 확보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한편,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경영권 안정의 큰 산은 넘었찌만 이제는 그룹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통 큰 결단과 함께 찐짜 실력을 보여줘여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그룹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따라 경영권의 행보가 결정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3자 연합은 한진칼(180640)의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권 분쟁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3자 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42.75%로 조 회장 측 우호지분(41.3%)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