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의 1·4분기 처방 실적은 선방한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 1·4분기 국내 원외처방 금액은 총 3조 7,03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 6,043억원) 대비 2.7% 증가했다. 감염 우려에 따른 병원 방문자수 감소, 영업활동 위축으로 처방약 시장이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빗겨난 것이다.
이는 고혈압, 뇌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약이 버텨준 덕분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 약의 경우 코로나19 여파와 상관없이 복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큰 변함이 없었다”면서 “오히려 병원에 가는 것을 꺼려 미리 대용량 처방을 받은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처방액이 높았던 품목들을 보면 대웅바이오의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타민’의 처방 실적이 236억 5,000만원으로 1·4분기 국내 제약사 처방약 중 가장 많이 팔렸다. 이는 이탈파마코 ‘글리아티린’의 제네릭 제품으로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에게 쓰이는 의약품이다. 이어 뇌졸중 환자에 쓰이는 한독의 플라빅스, 한미약품의 로수젯(고콜레스테롤혈증), 한미약품의 아모잘탄(고혈압), 종근당의 글리아티린(뇌혈관 결손), 대웅제약의 아리셉트(치매) 등 순이었다.
제약사별로 보면 한미약품이 1·4분기 1,664억원을 기록해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것이다. 이어 종근당이 1.7% 증가한 1,482억원을 기록했다. 3위, 4위는 대웅제약(1,117억원)과 유한양행(993억원)이 차지하긴 했지만 전년 대비 처방액이 각각 12.9%, 0.5% 줄었다. 대웅제약의 경우 발암의심물질이 초과검출된 라니티딘 계열 약이 시장에서 퇴출당하면서 주력 제품 중 하나였던 알비스 매출에 공백이 생겼다.
다만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인구 및 만설질환자 증가에 따라 처방약 시장이 전반적으로 성장세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1·4분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최근 5년간 처방액 성장률을 보면 올 1·4분기가 가장 낮았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1·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 5.3% 확대됐고 2018년에는 8.9%, 2019년에는 5.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