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되 고소득자 등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기부를 유도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방침을 공식 수용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수혜 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모든 국민으로 넓히는 데 따른 최대 3조원가량의 추가 재원을 적자국채를 발행해 조달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23일 오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확인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마련해준 소중한 기부 재원을 고용 유지와 실직자 지원 등 더 시급한 곳에 활용하는 대안에 대해 당정청 간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라도 빨리 지급해야 하는 시급성, 정치권에서의 100% 지급 문제 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지급 대상 확대로 인한 추가 재원은 나랏빚을 찍는 국채발행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법률 제·개정 등도 추진한다. 또 자발적으로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 후 기부한 국민에게는 소득세법에 따라 기부금 세액공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1,000만원 이하의 법정기부금에 대해 금액의 15%를, 1,000만원 초과 시 30%를 세액공제해준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재부를 향해 ‘공개 경고장’을 날린 지 약 9시간 만에 나왔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기재부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제도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냈음에도 일부 기재부 공직자들이 뒷말을 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그동안 재정 여력을 고려해 ‘소득 하위 70% 이하 지급’ 방침을 고수했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당청 간 논의가 ‘전 국민 지급’으로 흐르자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했으나 청와대가 이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가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방침을 수용했으나 여야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여당이 정부와 협의했다는 예산안 내용을 알아야 예산 심사를 할 수 있다”며 “내일(24일) 오전10시까지 공개 질의사항에 대해 답변 자료를 갖춰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보고해달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총액 규모와 기부금 세액공제 시 필요한 세법 개정 등 총 22개의 질의사항을 정부에 전달했다. 민주당은 늦어도 오는 29일 전에 추경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다. /윤경환기자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