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사건 여파로 앞으로 아동·청소년 성범죄물뿐 아니라 성인 성범죄물조차 소지·구매만 해도 처벌을 받는다. 또 성폭력을 모의하거나 준비만 해도 예비·음모죄를 적용하고 아동·청소년 성범죄물을 제작·판매한 사람도 신상공개 대상에 추가한다. 미성년자 의제강간 기준 연령은 만 13세에서 만 16세로 상향된다.
23일 정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관계부처 합동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심의·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국무조정실과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법무부·국방부·행안부·여가부·방통위·경찰청 등 9개 부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가 함께 마련했다.
정부는 우선 중대 성범죄 예비·음모죄를 신설해 살인 등과 마찬가지로 합동강간, 미성년자 강간도 중대범죄로 취급하기로 했다. 실제 범행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성폭력 등을 준비하거나 모의만 해도 예비·음모죄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범죄로 얻은 수익은 기소나 유죄판결 없이도 몰수가 가능한 ‘독립몰수제’를 신규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수사단계에서부터 사안이 중대한 피의자는 얼굴 등 신상정보를 적극 공개할 방침이다.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 등 실제 성폭력범에만 한정됐던 대상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판매한 자까지 확대했다. 마약 수사 등에만 활용되던 잠입수사 기법을 디지털 성범죄에도 적용하고 신고 포상금제도 도입한다.
아울러 아동·청소년을 유인해 길들여서 마치 그들이 동의한 것처럼 가장해 성적으로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을 처벌하는 방안도 신설한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적용 연령은 만 13세 미만에서 만 16세 미만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역시 범죄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방안도 대폭 도입된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로 벌금형을 받은 사람은 학교·어린이집 등 취업제한 대상에 새로 포함되며 성인 대상 성범죄물을 소지하는 경우도 처벌 조항이 신설된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구매죄도 새로 만들어진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행위에 대한 형량도 현행 1년 이하 징역에서 그 이상으로 확대한다. 일단 ‘3년 이하 징역’으로의 상향을 추진중이지만 하한을 두되 상한은 없애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영상물 유포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화된다. 우선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기능을 강화해 삭제지원, 상시 상담, 수사지원, 2차·3차 유포에 대한 추적 삭제 지원 등 24시간 원스톱 지원체계를 가동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삭제 절차를 더욱 간소화해 선(先)삭제, 후(後)심의 절차를 도입하고 디지털 성범죄를 신속하게 탐지해 자동 필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인터넷 사업자가 발견시 바로 삭제해야 할 성범죄물이 기존에는 불법 촬영물에 국한됐으나 앞으로는 디지털 성범죄물 전반으로 확대하고 유통 방지를 위한 삭제·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의무를 웹하드사업자에서 모든 사업자로 확대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징벌적 과징금제로 책임을 물게 한다는 복안이다.
피해자 주민등록번호 변경 처리 기간은 종전 3개월에서 3주 내로 단축한다. 사회복무요원의 행정기관 내 개인정보 취급은 전면 금지된다.
정 총리는 “정부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무겁게, 피해자 보호는 확실하게 한다’는 원칙 아래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