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성장률이 4개 분기 만에 또다시 -1.4%로 역성장한 것은 민간소비가 얼어붙으며 서비스업 성장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산업 타격이 4월부터 본격화하면서 2·4분기 내수·수출 부진 가능성이 커져 올해 연간 성장률마저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예고편에 불과하며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2·4분기에는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3일 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민간 부문의 위축이 1·4분기 경제성장률에 미친 기여도를 -2.0% 이상으로 평가했다. 당초 한은은 1·4분기 성장률이 하락한다고 해도 마이너스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월 말부터 경제주체들의 외부활동이 코로나19로 인해 제약을 받으면서 경기 부진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부의 재정집행으로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1.3%로 높게 나타나면서 기저효과를 고려해 올해 1·4분기 성장률을 0.0% 수준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가 민간활동을 제약하면서 성장률을 2% 혹은 그 이상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민간소비 위축의 정도가 통계치보다 실제로는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중 재고증감의 기여도가 0.6%포인트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생산활동을 어느 정도 유지했으나 수요가 급감해 재고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소비는 0.9% 늘었지만 지난해 4·4분기(2.5%)보다는 크게 감소했다. 1차 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이 3월 하순이어서 1·4분기 성장률에는 추경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1차 추경의 재정효과는 2·4분기 때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정집행의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가 내놓은 재정정책이 투자보다는 이전지출 방식이 많아 재정승수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 지역과 시기를 한정해 도입한 만큼 재정승수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건설 및 설비 투자 역시 각각 1.3%, 0.2% 증가했지만 지난해 4·4분기(각각 7.0%, 3.3%)보다는 크게 줄었다.
성장률 기여도를 살펴보면 민간이 -1.5%포인트로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렸고 그나마 정부가 0.2%포인트 방어했다. 순수출은 경제성장률에 0.7%포인트 기여했는데, 내수가 -2.0%를 기록하며 역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내수 중 소비는 성장률을 -2.9%포인트 끌어내렸는데, 정부소비가 0.2%포인트인 반면 민간소비가 -3.1%포인트였다. 그나마 투자가 경제성장률에 0.3%포인트 기여했다. 투자는 정부(0%포인트)보다 민간(0.3%포인트)이 높았다.
해외 투자은행(IB)과 분석기관들이 잇따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1%대 성장을 하려면 2·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0.6%의 성장률이 나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미 수출 악화로 2·4분기에 역성장이 확실시되는 만큼 마이너스 폭을 최소화하는 것에 연간 성장률이 달려 있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진정 단계에 접어들면 소비 등 내수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수출 감소로 인한 경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감소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교역 규모가 큰 중국과 미국의 경기 부진은 우리나라에 치명적이다. 중국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은 -6.8%로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박 국장은 “만약 2·4분기 역성장 폭이 1·4분기보다 커지면 3·4분기와 4·4분기에 진정국면에 들어선다고 해도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인 -1.2%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우리나라 경제는 L자형을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등 주요국 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해 1·4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충격이 덜한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 우리 경제 성장의 패턴을 보면 괜찮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