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백세일기]인생은 석양이 찾아들 때 가장 아름답다

■김형석 지음, 김영사 펴냄

100세 철학자가 전하는 삶의 예찬

‘100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8월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100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8월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백 년을 살 수 있다면 그 이후 주어진 하루 하루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소소한 일상이 더욱 특별한 철학자가 있다. 올해 100세, 상수(上壽)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달 100번째 생일을 맞은 그가 또 한 번 책을 냈다. 매일 소중히 기록한 일기 70편을 모은 에세이집 ‘백세 일기’다. 40세 이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김 교수는 매일 밤, 지난 2년간의 일기를 다시 읽고, 오늘의 일기를 쓴다. 그렇게 충만한 삶의 시간을 새기고, 과거에 머무르기보다는 새로운 내일을 꿈꾼다. 그는 ‘일기는 나를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적고 있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한 일간지에 연재한 원고에 몇 편의 글을 추가했다.


그의 일상은 소박하지만 특별하다. 매일 아침 6시30분 토스트 반 조각으로 하루를 시작해 하루 30분씩 주 3회 수영으로 건강을 관리한다. 창문 밖 넘실대는 구름을 보며 소박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먼저 떠나보낸 반려견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돈 문제에 대해서는 해탈의 경지에 다달았을 것 같지만 남은 여생동안 쓸 용돈과 생활비 문제를 고민하기도 한다.





한 세기동안 겪은 숱한 역사 속 경험들도 책에 담았다. 그는 중학교 시절, 일제의 신사 참배 강요에 자퇴를 선택하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다. 그 시절 읽었던 책들이야말로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인생의 귀한 자양분이 됐다고 말한다. 갓난쟁이를 등에 업고 아내와 함께 감행한 탈북, 전두환 정권 시절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가졌던 눈물의 고별 강연 등 온몸으로 겪어온 격랑의 지난날을 회고한다.

한 세기를 살아온 철학자가 건네는 따뜻한 글은 독자들이 저마다 안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데 유익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책을 읽다보면 하루, 한 시간, 일 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 나이 100세. 감회가 가슴에서 피어오른다. 산과 자연은 태양이 떠오를 때와 서산으로 넘어갈 때 가장 아름답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100세에 내 삶의 석양이 찾아들 때가 왔다. 아침보다 더 장엄한 빚을 발하는 태양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다.” 1만4,800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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