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환자와 의사 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원격의료법’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논의할 때가 됐다’는 의료계의 입장 변화가 나타나는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이 ‘언택트(비접촉) 사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원격의료가 21대 국회의 중요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24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사태 때문에 원격의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을 가지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며 “특별한 상황에서는 원격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적 조항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 역시 “코로나 이후에 (의료계의) 추세가 바뀌었다”며 “이제는 원격의료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민주당의 이러한 입장은 감염병 확산 이후 바뀐 의료계의 상황과 맞물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의료인 감염 대란’을 막기 위해 전화상담과 대리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가 회원들에 ‘동참하지 말라’는 방침을 전달했지만 대구시의사회는 “지금 대구는 원격의료의 빌미 같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부 입장을 따랐다.
허윤정 민주당 의원은 “코로나 사태를 맞아 원격의료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병원”이라며 “전화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코로나 감염 의심 환자들이 왔을 때 병원의 타격이 제일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우선 재난상황에 한해 원격의료를 허용하도록 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병원이 폐쇄됐는데 약을 쓰거나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를 고려하면 특별한 상황에서 원격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적 조항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의료법 34조는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 지원만 허용하는데 여기에 감염병 등 재난상황에서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을 추가할 수 있다.
이는 불과 4년 전 민주당이 원격진료를 ‘원천반대’한 데서 진일보한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원격의료법’을 추진하자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원격의료를 도입할 경우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에 몰리고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주요 논거였다. 2년 뒤인 2018년 민주당은 ‘국민의 의료권’을 근거로 도서벽지·원양어선·교도소·군부대 등에 대한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여당의 입장 변화에는 문 대통령의 ‘언택트 산업’ 강화 방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비대면 의료 서비스, 재택근무, 원격교육, 배달 유통 등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한시적 원격진료 허용에 대해 “불가피하게 진행된 시범사업적 측면이 있다”며 “의료계의 반발과 국민적 피로, 안전성의 문제가 있어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할지 시간을 가지고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