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5일 최첨단 드론이 서귀포 대정읍 소재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상공을 날며 코로나19 방역작업을 마쳤다. 이번 방역은 (주)에어로보솔루션이라는 제주 소재 자율주행 드론 스타트업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했다.
(주)에어로보솔루션 조승환 대표는 “원래 사무실이 경기도에 있었으나, 제주도에 스마트 농업 서비스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제주 사옥을 짓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시 함덕리에 사옥용 토지를 구입한 후 건축허가 과정을 밟고 있는 조 대표는 제주도에 둥지를 트는 기업체가 속속 늘며 제주도 내 토지 가치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었다.
이처럼 제주도로 사옥을 옮기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원조 격인 카카오(다음커뮤니케이션)에 이어 2015년 넥슨 커뮤니케이션(NXC)과 자회사인 넥슨네트웍스, 네오플 등 IT 대기업들이 제주에 안착했다. 롯데관광개발도 최근 제주도 본사 이전을 앞두고, 현지 직원 2,700여 명을 신규 채용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 1월 제주 창업기업 수는 해당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3,000개를 돌파했다.
숨겨진 ITㆍ교육 특화 지역, 정책지원ㆍ세제 혜택에 제주도 찾는 기업들
코로나19 발(發) 위기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를 찾는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는 기업체 육성을 위한 제주도의 정책, 세제 등 지원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관광, 교육, 의료, 첨단기술 등 24개 업종 입주 기업에 대해 3년간 법인세, 소득세 면제 및 이후 2년간 50%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급인력 공급을 위한 도내 인재양성도 제주도의 기업체 수를 증대시키는 요인이다. 최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국내 명문대학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해외 조기유학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초ㆍ중ㆍ고 국제학교를 세우는 제주영어교육도시 1단계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국내외 명문대학 캠퍼스를 유치하는 2단계 사업 또한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제주반도체를 비롯한 IT기업들은 한라대, 제주대 등 현지 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자체 기술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고용ㆍ투자 파란불’ 부동산 거품 꺼져 투자 활발
이에 제주도의 부동산은 ‘청신호’다. 실제 올해 초 타임, 마인, 시스템 등 고가 의류 브랜드 기업인 한섬은 제주에 더한섬하우스 3호점을 열었다. 한섬 측은 “제주에 IT기업과 국제학교가 들어서면서 패션, 문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고급인력 수요가 또 다른 투자로 연결된 셈이다.
사드(THAAD) 논란으로 중국인 투자가 일부 빠지며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제주 경제의 부동산 발(發) 위기를 점쳤지만, 거품이 빠진 자리에 오히려 기업도시를 표방하는 제주만의 펀더멘털(fundamental)이 도드라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드(THAAD) 여파로 중국 투자가 빠지며 떨어졌던 제주 아파트 거래량도 반등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순까지 100여 건으로 주춤하던 제주도 아파트 월별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2월에는 400건을 돌파했으며, 올해 1월과 2월에는 각각 358건과 323건이 거래돼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업계 전문가 P씨는 “200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제주 이전을 검토하게 된 계기도 직원들의 수도권 주거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라며 “한동안 폭등했던 제주도 부동산에 거품이 꺼지면서 제주도 지자체의 스타트업 지원과 맞물려 유망 벤처기업들이 속속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어 제주도의 토지는 물론 주택시장도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