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기석 논설위원의 청론직설]"5G·비대면 중심 '新경제' 도래...네거티브 규제 전환 서둘러야"

[애널리스트에서 학자로 변신한 김학주 한동대 교수]

고령화로 글로벌 저성장 고착...제조 중심 구경제 한계

데이터 기반 맞춤형 솔루션 제공 '스마트 신경제' 부상

아마존·페북 등 민간 플랫폼이 경제 활동 주도할 것

관료 능력 높이고 규제 철폐...창의적 아이디어 흡수를





김학주 교수는 5G와 비대면으로 대표되는 신경제가 본격 도래할 것이라며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오승현기자김학주 교수는 5G와 비대면으로 대표되는 신경제가 본격 도래할 것이라며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오승현기자


김학주 교수는 5G와 비대면으로 대표되는 신경제가 본격 도래할 것이라며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오승현기자김학주 교수는 5G와 비대면으로 대표되는 신경제가 본격 도래할 것이라며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오승현기자





“지금의 경제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것이 아닙니다. 이미 한계에 이른 구(舊)경제가 울려고 하는데 코로나19가 뺨을 때려준 격이에요.”

세상은 코로나19 전과 후로 나뉜다더니 과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코로나19는 방역만으로도 힘들어하는 전 세계 국가에 메가톤급 경제 충격을 가하고 있다. 많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회사채를 인수해 기업을 무조건 살리겠다고 하는데도 경제 충격은 갈수록 커질 뿐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과 교수는 “이번 경제위기는 코로나19가 없었더라도 어차피 올 것이었다”고 진단했다. 여의도를 대표하는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 학계로 적을 옮긴 김 교수가 내다보는 포스트 코로나19는 신(新)경제의 본격 도래로 요약된다. 5G(Generation)와 비대면으로 대표되는 신경제가 펼쳐지면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국가 개념도 희박해지고 민간이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아마존 경제, 페이스북 경제와 같은 민간 경제 플랫폼이 나타날 것”이라며 우리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것인가, 아니면 원래 있던 위기 요인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터진 것인가.

△후자가 맞다. ‘부의 대절벽’이라는 책을 쓴 해리 덴트는 사람은 마흔 살이 되면서부터 소비를 줄이고 저축한다고 봤다. 세계적으로 1960년대생이 가장 많다. 이들의 나이가 마흔 살이 된 게 2000년쯤이다. 이때부터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금리를 내려 줄어드는 소비에 대처했다. 지금은 1960년대생이 은퇴하는 시점이다. 경기가 정체를 지나 더 꺾어지는 시기가 왔다. 기업의 경우 제품이 팔리지 않아 실적이 나빠졌고 빚이 늘었다. 정부는 계속 금리를 낮춰 기업 등의 빚 부담을 줄여줬지만 마침내 한계에 이르렀다. 이런 상태에서 코로나19가 허약한 경제를 툭 건드린 것이다.

-경제가 한계에 도달한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전에는 안정적이었던 기업의 회사채마저 이제는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마하의 현인인 워런 버핏이 한때 가장 많이 갖고 있던 주식이 케첩 회사인 크래프트하인즈다. 그 기업마저 정크로 내려갔다. 회사채 가운데 정크 바로 위의 단계가 BBB-인데 미국 상장기업 중 51%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크기업을 ‘추락 천사(fallen angel)’라고 부르는데 이런 기업은 도와줘도 한계가 있다.

-이번 경제위기가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뭐가 다른가.

△금융위기는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사가 무너져내린 것이다. 금융위기 전에는 부채를 민간 부문이 갖고 있었다. 그 후로는 민간이 갖고 있던 부채가 공공으로 넘어갔다. 금리 인하 자체가 부채를 공공으로 넘기는 행위다. 당시 AIG만 해도 사실상 망했는데 금융 시스템 유지를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냈다. 사기업의 빚이 공공의 빚으로 바뀐 것이다.

-세계적으로 금리는 내릴 만큼 내렸다. 금리를 다 내린 다음 할 수 있는 대책은 뭐가 있나.

△금융위기 이후 무너지는 기업이 많았는데 정부는 그때마다 구조조정 대신 자금을 투입해 살려냈다. 이번에도 일단은 공적자금을 풀어서 살려내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공공부채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이 이에 대해 내놓은 해결책이 백금주화다. 그는 백금주화 하나에 1조달러라고 쓴 뒤 이를 연준에 주면 된다고 했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이를 산다. 중앙은행이 채권자, 정부가 채무자인데 이를 주화 하나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돈이 풀리면 많은 문제가 생기겠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다. 모두가 그것을 알면서도 돈을 풀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계획경제로 가는 것이다. 오르는 물가를 정부가 개입해 잡는 것이다. 돈이 풀리면 부의 불균형도 심해질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한다. 자산 거품을 꺼뜨리는 방법으로 부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셈이 된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겨 급진 좌파인 엘리자베스 워런이나 버니 샌더스 같은 사람이 재무장관이나 연준 의장이 된다고 생각해보라.

-매우 급진적으로 들린다.

△물론 이렇게 갈 가능성은 낮다. 현실적으로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고 이곳으로 풀린 돈이 가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구경제에서 신경제로 넘어가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영향으로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원격의 편의성을 많이 느꼈다. 온라인 수업을 하면 콘텐츠가 쌓인다. 강의가 디지털로 저장되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앵무새처럼 떠드는 것은 소모적이다. 경제적으로 보면 강의가 비용 지출에서 자산으로 바뀌었다.

-신경제가 무엇인가.


△2000년대 이전은 제품을 만들면 팔리는 시대였다. 성장의 속도가 중요한 제조설비 중심의 구경제였다. 2000년대 이후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소비가 줄고 저성장이 고착화했다. 소비자들이 필요한 가치만을 소비하는 시대가 되면서 그들이 뭘 원하는지 데이터가 필요해지고 이를 통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 신경제가 탄생할 것이다.

관련기사



-경제활동의 새로운 틀이 만들어진다는 뜻인가.

△영화 ‘마농의 샘’을 보면 샘물에 접근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다. 신경제의 샘물은 데이터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혈액인 자금이 들어가야 한다. 구경제에서는 자금 공급원인 은행이 새로운 기업에 투자하지 못한다. 회수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역할이 대폭 줄어드는 대신 신경제에서는 새 기업의 정보를 제공하고 사업성을 평가해 옥석을 가려주는 플랫폼이 나타날 것이다. 이 플랫폼은 투자 기회를 소개해줄 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책임은 투자자가 진다. 앞으로 아마존 경제, 페이스북 경제와 같은 플랫폼이 생길 것이다. 이 플랫폼에서는 통화 교환도 필요 없다. 페이스북은 이미 ‘리브라’라는 자체통화를 발행했다.

-아마존 경제, 페이스북 경제 내에서 경제행위는 어떻게 이뤄지나.

△제품과 서비스를 사고팔고, 투자를 하고 받고, 기업과 고객이 직접 연결되는 경제 플랫폼이다. 그 안에서는 모든 경제행위를 할 수 있다. 아마존 경제로 치면 기업은 그 안에서 아마존의 평가를 받고 민간의 투자를 유치하고 제품을 판매한다. 소비자는 제품을 사고 좋은 기업에 투자해 투자이익을 얻는다.

-신경제는 언제쯤 시작하나.

△5G와 비대면으로 대표되는 신경제는 이미 시작됐다. 이 인터뷰를 위해 자동차를 타고 왔는데 이것은 낭비다. 비대면으로 모니터를 통해 만나는 것이 실제 만나는 것과 차이가 없다면 굳이 대면할 필요가 없다. 폭발성이 강한 것은 원격의료다.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아픈 사람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펑크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람이 아프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사람의 실시간 의료정보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평소 원격진료로 고혈압 환자의 정보를 쌓아가면 이 환자가 언제 고혈압으로 위험한 순간을 맞을지 예측할 수 있다. 원격이 주는 편안함이 신경제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비대면은 부의 재분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비대면이 부의 재분배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서울 강남의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가 뭘까. 부가가치가 높은 직업이 강남에 있고 대학병원이 강남에 있기 때문이다. 시골에 살면서도 원격의료를 통해 도시와 똑같은 수준의 진료를 받고 테헤란로에 사무실이 없어도 바이어와 상담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강남에서 살 이유가 없다.

-구경제에서 신경제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바로 옮겨갈 수는 없다. 이번에 망가진 경제를 일단 회복시켜놓은 다음 넘어가야 한다. 회복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세계는 기업이 흔들리면 자금을 투입해 살려냈다. 훈련이 잘돼 있기 때문에 이번 위기 역시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신경제로 빨리 옮겨가야 할 것 같다.

△교역은 앞으로 점차 줄어들 것이다. 전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많이 만들어 많이 팔았는데 지금은 소비가 줄어 불가능해졌다. 전에는 미국이 물건을 많이 사줬는데 이제는 제조업이 고용을 유발하는 것을 알고 물건을 사는 대신 공장을 지으려고 한다. 여기에 가장 취약한 나라가 한국인 만큼 신경제로의 이동을 서둘러야 한다.

-신경제로 옮겨가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규제를 완전히 풀어야 한다. 전면적인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료의 능력을 높여야 한다. 관료가 능력이 있으면 민간이 마음대로 하도록 놓아둔다.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결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관료가 능력이 없으면 민간을 제어할 수 없으니 범위를 지정해놓고 이 안에서만 돌아다니라고 한다. 밑에서 움직이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위로 흡수해야 한다. 전에는 나를 따르라고 했지만 지금은 밑바닥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he is

1963년 서울에서 출생해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지냈으며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아시아머니(Asia Money)가 선정한 한국 최우수 애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 후 펀드매니저로 변신해 우리자산운용 운용총괄(CIO)을 역임했고 공무원연금 자산배분 위원, 한국거래소 상장심의위원을 지냈다. 2015년 한동대 교수로 옮겨 거시경제를 분석하고 있으며 ‘김학주 리서치’라는 액셀러레이터를 세우고 창업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기석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